한 봉건도덕의 규범이 지배하는 적대적 계급사회의 조건에서 지향과 비판적 경향은 결국 봉건적 구속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과 잇닿아 있다. 이러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와 연결된 지향과 비판정신은 봉건적인 '남존여비'사상을 표방하는 반동적인 문학은 두말할 것도 없고 남녀간의 사랑을 단순한 유흥과 향락으로 보는 비속화된 보수적인 문학에서는 제기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소설 <춘향전>의 주인공 춘향의 형상은 주목되는 인간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춘향은 기생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몽룡과의 사랑관계에서 모진 불행을 겪는다. 춘향은 이몽룡과의 이별을 앞두고 신분의 '존비귀천'을 원수처럼 증오한다. '존비귀천'으로 인해 남녀간의 사랑을 가로막는 봉건적 신분제도와 양반들에 대한 불만과 반항심이 담겨 있다. 또한 변학도에 대한 항거에서도 사회악을 미워할 줄 알며 깨끗한 지조를 가지고 있는 춘향의 성격이 잘 들어나 있다.
소설은 춘향의 이러한 성격적 특질을 보여줌에 있어서 그 어떠한 추상적인 개념으로써가 아니라 당대 봉건사회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교적 생동하게 보여주고 있다.
<춘향전>은 환상적인 계기는 물론 불필요한 사건들은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춘향과 이몽룡이 겪게 되는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을 생생하고도 실감 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을 짜고 있다.
<춘향전>은 신분적 불평등으로 순탄하지 못한 청춘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실재한 생활처럼 끌고 나간다. <춘향전>에는 그 어떤 환상이나 신비로운 사건들이 요구되지 않는다. 만일 여기에 그런 것들이 나온다면 이 소설은 벌써 사람들의 순결한 사랑은 당대사회의 그 어떤 신분적 장벽으로써도 가로막을 수 없다는 그때 당시의 민중의 지향을 생활적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것이다.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선을 기본으로 하는 작품의 구성은 바로 봉건적 신분제도가 빚어내는 엄연한 생활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천한 신분인 춘향의 성격적 미가 생활적으로 진실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짜여 져야 한다. 이 소설이 사건 위주의 구성의 틀을 벗어나 성격 위주의 구성의 짜임새를 가지게 된 것도 이러한 사실주의적인 구성을 위한 탐구적 노력의 결과이다.
<춘향전>은 언어문체에서도 대화와 작가의 지문에서 당대 민중이 즐겨 쓴 입말들을 적지 않게 쓰고 있으며 조선어의 풍부한 표현력을 잘 살려 자연묘사 초상묘사 심리묘사도 비교적 생생하게 민족적 정서를 돋구어주고 있다.
Ⅲ. 맺음말
<춘향전>은 오늘날에 와서도 그 전진적 의미를 잃지 않았으며, 비록 역사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그 구체적 형태들은 달라졌다 할지라도, 18,19세기에 <춘향전>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민중의식, 봉건적 신분관계, 부패한 정치권력의 고발, 현존 질서의 가변성과 전복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춘향전>은 오늘날에도 많은 감동을 주면서 과거와 현재에 있어서의 역사적 “연관”을 환기시켜 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춘향전>을 양반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당대 민중의 입장에 서서 역사적으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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