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고 있으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방법에 있어서는 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지역균형발전전략은 아무리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폭넓게 허용하고 지방자치단체 지원활동 위주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그 본질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발전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지방분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의 원리에 의거한 지역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권한(지역개발 또는 지역경제 관련 권한의 분권화를 포함)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상호 충돌 내지는 상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간에도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간의 정책우선순위 설정과 관련해서는 지방분권에 정책목표(가치)의 우선순위를 두고, 국가균형발전은 지방분권의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하는 전략으로 그 위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가균형발전전략 또는 지원대상이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범위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선별적이고 예외에 의한 관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국가의 개입과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이탈리아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추진 노력이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수렴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국가주도하에 195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다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한 정책이 1970년대 이후 수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국가 주도로 추진되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지방자치의 확대와 함께 지역으로 그 주도권이 이양되어 분권화 과정을 겪고 있다. 이는 경제의 개방화세계화와 국내 정치관계의 변화에 대한 대응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중앙집권적인 국가주도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은 경제의 개방화세계화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하였다. 국가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통한 저개발지역의 지원이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투입되는 재원에 비해 정책의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아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욱이 정책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비리와 부패는 국가주도의 지역개발정책이 정치적 투명성 시비에 휘말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하여 1970년대 중반 이후 지역개발의 이니셔티브는 상당부분 지역으로 이양되었다. 1980년대부터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산업의 육성에 필요한 여러 조치들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였다. 다음으로, 전후 파시즘에 대한 반감에서 시작된 지방분권의 요구는 1970년대 이후 급변하는 외부환경과 맞물려 제도적 결실을 보기 시작하였다. 지역개발, 도시계획, 보건, 교육, 산업 등과 같은 지역의 문제들을 담당하는 데 있어 국가는 너무 멀고도 느린 존재였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의 정부들이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정치적 정당성과 현실적 필요에 의해 설득력을 얻어갔다. 그리하여 국가의 많은 권한과 재정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균형발전정책의 지역화와 국가권력의 지방이양을 통한 지방분권은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변화하는 세계경제와 환경 속에서 지역이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하향식 개발을 통해서가 아닌 지역 자신의 독자적 발전전략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담당해야 할 임무는 자기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회적문화적 자산을 산업의 발전과 연계하여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Ⅷ. 결론
한국경제는 1962년 이후 강력한 정부주도의 경제개발계획에 의해 급속한 성장을 이룩한 결과 농업중심의 전근대적 산업구조에서 신흥공업국으로 입지를 세울 만큼 크게 변모하였다. 그러나 경제성장 전략으로서 중심부의 성장잠재력을 주변부로 확산시키는 거점형 불균형 성장전략을 채택한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경제력 규모가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과정에서 지역간계층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지역소득으로 대변할 수 있는 지역경제력 격차는 경제개발의 진행과 함께 심화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현상이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거나 적어도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간 경제력 격차는 여러 가지 면에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지역간 소득격차는 저소득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차별감을 증대시켜 사회의 안정과 통합에 저해요소로 작용하며 또한 지나친 지역간 불균형은 국가전체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성과를 지역간에 고르게 분배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이러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략적으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소득 불평등도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먼저,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에 수립되고 시행되었던 중앙정부의 산업정책을 지역간 불균형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산업정책의 결과 지역성장의 동인이 되는 각종 기반시설과 산업입지에서 우월한 입장에 놓여있던 지역들과 그렇지 못하였던 지역간의 격차가 이 시기에 발현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중앙정부의 자원배분과 조정 역할이 이전에 비해 약화되면서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에 시행되었던 왜곡적인 정책의 시정과 전국적인 관점에서 균형적인 지역성장을 위한 지역적 안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지역간 격차의 발현을 방지 또는 완화시키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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