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소극적 자유주의를 근거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정부가 시장경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한다면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현상과 그에 따른 한국자본주의 왜곡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노사간 갈등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이다. 문제는 정부가 신자유주의 개혁이데올로기를 유지하는 한 노사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노동과 자본, 정부간의 적절한 타협체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내세워 타협시스템을 창출하려고 하였으나, 이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노동부문의 불신만 조장하는 결과를 나았다.
넷째, 신자유주의에 의하여 개혁된 한국사회는 세계자본주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발생될지도 모르는 급격한 경제위기에 대한 대비책이 미흡할 수 있다. 한국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 편입되어 있고, 세계화된 세계자본주의의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들 보다 세계자본주의체제의 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점이다. 현 정부가 경쟁력 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체제에 맞는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였지만 아직도 여전히 한국자본주의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상태가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금융자유화 정책은 정부에 의한 환통제기능을 무장해제시킨 것이어서 대외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현단계 한국자본주의의 문제는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신자유주의를 신속하고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세계화의 추세가 신자유주의화 되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의 경제상황에 맞게 조절하여 수용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섯째, 신자유주의의 하위 이데올로기격인 성과주의나 경쟁주의로 한국관료제의 주요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한국관료제의 병폐의 원인은 정치적인 것이나 문화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졌다. 정치적 권위주의, 문화적 요인 등이 한국관료제의 주요요인이라면 경제주의에 입각한 기업형 정부의 발상으로 정치적 문제나 문화적 요인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환원주의이다. 오히려 정치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에 의하여 성과경쟁주의가 한국에서 적실한 효과를 내기 힘들다. 성과주의는 한국에서 온정주의와 연고주의 문화로 인하여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부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서구 국가들에 있어서도 정부부문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객관적인 성과측정의 잣대나 기준을 개발하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온정주의에 입각한 성과측정을 배제할 수 없다.
성과경쟁주의의 또 다른 한계는 지나친 성과경쟁으로 인하여 조직의 응집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최근 성과주의에 입각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은 조직 내에 이기주의문화가 극심해졌다고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는 조직전체를 위해서는 다른 부서에 넘겨주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다른 부서 사람들이 더 많은 연봉을 챙기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정보를 공유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Ⅷ. 결론
우리는 1987년 12월 16일 대통령 선거와 1988년 4.26총선을 통하여 지역감정의 폭발적 확산과 표출이, 특히 1987년 6월 항쟁 이래의 민족민주운동의 진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지역감정이 민주변혁 과정에 미친 엄청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해명이 매우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진다. 제도언론에 의한 이데올로기 교육의 영향권의 핵심에 위치하는 지식인 또는 식자층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중운동의 활동가들에게서조차 이 문제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나 혼란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부분적으로 사회변화에 접근하는 인식틀과도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 인식틀에 의해서는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설명범주 밖에 위치하는, 이른바 지역감정과 같은 비합리적인 감정의 응집 또는 감정의 상태로 보이는 정신적 심리적 계기들, 즉 상부구조적 현상이 과학적 설명의 대상으로서 지위를 획득하기 어렵다는 사실과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또 이 문제에 대한 다소 냉혹한 분석과 비판 그 자체가 객관성을 잃은 감정적 편견으로 보일 수 있고,나아가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심층심리의 구조를 객관화 시킬 때 느끼게 될 미묘한 감정상의 거북스러움을 회피해 보려는 심리가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허위의식으로 조장된 적의와 증오를 극복하기 위하여, 그리고 민주변혁운동 과정에서 하나의 커다란 장애물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지역감정의 극복을 위하여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필요로 한다. 특히 여기에서는 집단적·심리적 계기들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갖게 되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두기로 한다. 그러면 우리는 지역감정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지역감정의 폭발적 힘의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그 정치적 기능은 무엇인가?
여기에서 지역감정을 민중세력이 주도한 6월 항쟁으로 선거의 방법에 의한 정치적 경쟁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럼으로써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권력 블럭이 기존의 반공주의와 자본주의적 발전주의라는 핵심적 이데올로기의 동원만을 통해서 그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특정의 조건하에서 그들에 의해 새로이 동원한 지배 이데올로기의 한 유형으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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