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기(문명의 공존을 지지하며…)
평화에의 대망으로 시작된 21세기의 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그것은 테러와의 전쟁이다. 9.11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써 시작된 미국과 아프칸 전쟁,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에도 테러와의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서구 유럽 우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공격하여 세계를 친(親)미국 아니면 반(反)미국의 이분법으로 몰아갔고 유엔도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테러라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하여 부득이 전쟁이라는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자기모순을 범하고 있다. 테러 근절은 폭력으로 되기보다는 설득과 권유를 통하여 상대방을 감동시킴으로써만 가능하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이라크 내의 테러사태는 무력에 의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이라크를 옹호하는 이슬람권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결국 헌팅턴이 주장하는 바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이론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기독교 일부 기독교인들, 특히 세대주의자들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전쟁으로 몰아감으로써 이러한 빌미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문명의 충돌" 또는 "종교간의 전쟁"이란 바람직하지 않다. 이슬람 운동은 오늘날 전 세계 140여개 국가의 13억 교도를 지니고 있으며, 21세기 종교 운동(Post-Christian movement)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운동이다. 21세기의 평화를 위하여 세계는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의 공존과 협력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로서의 종교,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화와 상호이해와 공존이 요청된다. 각자 상대방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차이점과 공통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럼 시작하기 전 문명이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II. 문명의 정의 (문명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에 접근했을 때의 문명은,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사회적 발전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명이라는 용어는 실제에 있어 매우 다양한 뜻으로 쓰이나 문화와 대치(對置)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입장과 문화의 특수한 한 형태로 파악하는 입장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는 독일철학이나 사회학에서 전통적으로 볼 수 있으며 인류의 정신적이고 가치적인 소산을 문화라고 하는 데 대하여 물질적 •기술적 소산을 문명이라고 한다. 이 견해는 통속적인 용법으로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다. 후자의 견해는 제 2차 대전 후 문화인류학의 보급에 따라 일반화되었다. 여기에 따르면 문화 중에서 도시적인 요소, 고도의 기술, 작업의 분화, 사회의 계층분화를 갖는 복합문화(문화의 복합체)를 큰 단위로서 파악한 총체를 문명이라고 한다. 전자의 입장 가운데 베버에 의하면 문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