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해석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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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다. 하기야 그녀의 나이가 마흔 전후였던 무렵, 즉 그녀가 도자기 그림 레슨을 해주던 7, 8년 동안만은 예외였다. 그때 그녀는 아래층 방에다 화실을 하나 꾸며 놓고, 사토리스 대령과 동년배 사람들의 딸이나 손녀들을 가르쳤다. 애들은 마치 헌금함에 넣을 25센트 짜리 은화를 갖고 교회로 보내질 때와 꼭같은 규칙성과 정신에서 그 화실로 보내졌던 것이다. 이때에도 에밀리는 세금면제의 혜택을 받고 있었다.
이윽고 새 세대 사람들이 읍의 중추를 이루고 이곳의 중심인물로 등장하면서부터 그림 배우는 제자들도 다 성장하여 하나 둘 빠져나갔고, 몇몇 사람들의 아이들도 물감 상자와 지저분한 화필이니 부인잡지에서 오려낸 그림 따위를 가지고 에밀리의 화실로 보내지는 일이 차츰 줄어들고 말았다. 그리고 에밀리의 집 앞문은 마지막 빠져나가는 제자와 더불어 영영 닫혀 버리고 말았다. 읍에서 무료우편제도가 실시되었을 때 에밀리만은 현관 위에 금속 번호표를 붙이거나 우편함을 다는 일을 한사코 마다했다. 그녀는 읍내 사람들의 말은 아예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흑인 하인은 장바구니를 들고 드나들었지만 그도 이제는 머리칼이 잿빛으로 변하고 허리도 마냥 굽어만 가는 것을 우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3월이 되면 읍 당국은 납세고지서를 그녀에게 보냈지만 1주일 후에는 <받는이 없슴>이라는 이유서가 붙여져 되돌아오곤 했다. 이따금 그녀의 모습이 아래층 들창문 안에 보이곤 하였다--그녀는 분명히 위층 방을 폐쇄하고 아래층 방을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창문 안에 마치 벽감(壁龕)--장식을 위하여 벽면을 오목하게 파서 만든 공간. 등잔이나 조각품 따위를 세워 둔다 <역자 주>--에 장식된 조각 흉상(胸像)과도 같은 그녀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그녀가 우리들을 보고 있는지 안 보고 있는지는 분간하기 힘들었다. 이리하여 그녀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옮아갔다--다정하고 숙명적이며 무감각하고 침착하며 고집센 여인으로......
마침내 그녀는 그렇게 죽어갔다. 먼지와 그늘에 가득 찬 집안에서 병이 든 것이다. 임종할 사람이라곤 연로하여 비틀거리는 흑인 한 사람뿐이었다. 우리들은 그녀가 병석에 누운 사실조차 몰랐다. 우리들은 흑인으로부터 에밀리의 사정을 캐내려 애쓰던 옛버릇을 포기한 지도 이미 오래되고 말았다. 흑인은 아무에게도 아마 그의 주인에게도 말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래층 방안 커튼이 쳐진 묵직한 밤나무 침대 위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오랜 세월 동안 햇빛을 받지 않은 탓인지 누렇게 곰팡이 핀 베개 위에 그녀의 회색 머리를 얹혀 놓은 채로......
5
흑인은 문상 온 첫 손님들을 현관에서 맞아들이고 안으로 안내한 다음 사라져 버렸다. 손님들은 귓속말로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렸고 호기심에 찬 민첩한 눈초리를 여기저기에 분주히 옮기고 있었다. 흑인은 집안으로 곧장 걸어가서 뒷문으로 빠져나간 뒤로는 두 번 다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에밀리의 두 사촌들도 곧바로 찾아왔다. 죽은지 이틀 후에 그들은 장례식을 치렀다.
읍 사람들은 꽃더미 밑에 조용히 안치된 미스 에밀리에게 마지막 고별을 하기 위해 몰려왔다. 관 위에는 그녀의 부친의 초상화가 명상에 잠긴 듯 심각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낙네들은 음산한 표정으로 수군댔다. 아주 나이든 할아버지들 중엔 말끔히 손질한 남군(南軍) 제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온 사람도 있었는데--베란다와 잔디밭 위에 자리잡고 서로 에밀리의 추억담을 한창 늘어놓고 있었다. 마치 미스 에밀리가 자기들과 같은 세대에 속하고, 그녀와 같이 춤을 추기도 했고, 어쩌면 그녀에게 구혼이라도 한 것처럼 믿고 있는 듯 한 어조였다. 그들도 노인의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듯이 수학적으로 진행하는 시간관념에 혼란을 일으켰다. 그들에는 모든 과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겨울철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광막한 초원과 같이 최근 10년간이라도 좁다란 병목에 의해 현재의 글로부터 격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 40년 동안 누구 하나 본 일이 없는 방이 하나 계단 뒤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그 방문을 억지로 부수고서라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열기 전에 미스 에밀리의 망령을 공손히 지하에 매장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문을 부술 때 자연히 거칠게 다루지 않을 수 없어서 온 방안에 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무덤의 포장을 연상케 하는, 코를 찌르는 듯한 엷은 먼지의 장막이 신방으로 꾸며 놓은 이 방의 모든 것들 뒤덮고 있는 느낌이었다. 바랜 장미 빛의 침대 커튼 위에도, 장미빛 전등갓 위에도, 화장대 위에도, 우아하게 늘어선 유리 그릇 위에도, 그리고 호머 베론의 머릿글자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퇴색한, 은으로 안을 입힌 남자용 화장도구 위에도--이 물건들 사이에 금방 풀어놓은 듯한 칼라와 넥타이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들을 집어들자, 먼지로 덮인 표면에 희미한 초생달 모양의 자국이 생겼다. 한 의자 위에는 단정히 개어 놓은 옷이 한 벌 결려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구두 한 켤레와 벗어 던진 양말 두 짝이 놓여 있었다.
사나이는 침대 위에 눕혀 있었다.
오랫동안 우리들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채로 살이 다 허물어져 나간 해골의 깊은 쓴웃음을 내려다 봤다. 사나이의 몸은, 한때는 포옹의 자세로 누워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사랑보다 더 영원한 쓴웃음마저 정복하고만 저 죽음이라는 긴 잠이 이 사나이를 간부(姦婦)의 남편으로 만들어 버렸다. 삭다 남은 희미한 잠옷의 흔적 밑에 엉겨붙은 사나이의 썩다 남은 유해는 이제 그가 누웠던 침대에서 뗄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사나이 위에도, 그 옆에 놓인 베개 위에도 참을성 있고 끈질긴 먼지가 덮개를 이루어 고루 뒤덮여 있었다.
그런 다음 우리들은 두 번째 베개 위에 사람의 머리 자국을 보았다. 우리들 중 한 사람이 그 베개 위에서 무엇인가를 집어올렸다. 희미하고 눈에 안 보이는 메마른 먼지가 코를 툭 쏘는 것을 느끼면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을 때 한 가닥의 기다란 철회색 머리칼을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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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10.02.21
  • 저작시기2007.4
  • 파일형식한글(hwp)
  • 자료번호#58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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