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의 미국인식과 대한민국의 건국
가족 중심의 폐쇄적인 유교사회에서 5대독자인 이승만의 출세에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던 그의 부모는 가정형편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교육에는 열성적이었다.
이승만은 어린 시절 한 때 과거(科擧)를 통하여 입신양명의 꿈을 이루고자 한학(漢學)에 정진하였으나, 번번이 떨어졌고, 1894년 갑오개혁과 동시에 과거제가 폐지되자 신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야심 차게 배재 학당에 입학하게 되었다. 배재 학당의 입학이야말로 이승만의 인생노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이 때부터 연결된 인맥을 바탕으로 그는 직업적인 독립운동가로서 한국의 독립을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승만의 미국인식은 1894년 배재 학당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이후 2년여간 미국인 선교사에게 신학문을 배우면서 서양 선진 문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였고, 특히 1주일에 한번 있었던 서재필의 특별강연은 서구 근대 시민사회와 현실인식을 새롭게 해주었으니 과거(科擧)공부에만 전념하던 이승만에게는 경이로운 새로운 세계였다. 그는 자유와 평등의 신 가치와 혁명사상을 배우며, ‘부강문명의’ 달서에 필수요건인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도로 보장하는 정치제도는 민주공화제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훗날 옥중에서 저술한 ‘독립정신’. ‘세 가지 정치구별’에서 전제, 헌법, 민주정치를 논하면서 민주정치를 ‘제일 선미한 제도’로 서술하였으니, 민주정치에 대한 그의 신념을 읽을 수 있다.
이후 이승만은 협성회 회보와 매일신문, 제국신문의 언론을 통하여 민중을 계몽하고 독립협회의 개혁운동에 참여하여 열강의 이권침탈에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독립협회가 주도한 만민공동회에서 이승만의 활동은 두드러지면서 선동적 정치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1899년 1월 일본에 망명한 박영효를 중심으로 고종을 퇴위시키고 의화군을 국왕으로 추대하는 쿠데타 음모에 연루되어 이승만은 체포, 투옥되었다. 1904년 8월까지 이어진 영어(囹圄)생활 중 그는 개혁관련 상소문과 신문잡지에 발표할 논설들을 많이 집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