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사실 주변국들의 주된 관심사는 남북한이 어떤 체제로 통일되느냐의 문제보다는 그 과정에서 한반도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확대할 수 있느냐에 쏠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먼저 이루어져야 할 작업은 우선 탈냉전 이후 각국이 취하고 있는 전략의 현상적인 측면과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한 예로서 탈냉전 이후 한일간 문제의 현상적인 측면은 과거사, 무역역조 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적인 내 용은 그동안 심화되어온 양국간의 국력차를 바탕으로 일본이 자신들의 논리를 확대시키고 정당화시키는데 있는 것이다. 즉 탈냉전 이후 나타나고 있는 각국의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체계적인 대응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다. 이러한 정확한 상황인식 위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 바로 우리의 목표설정이다. 정치-안보측면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한마디로 '평화통일'에 의한 '한민족 공동의 번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과정으로 서 '한반도분쟁의 방지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다. 물론 그 실현방안으로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4자회담' 이나 '다자간 안보협력체' 구상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전략을 구상하고 마련할 필요가 있다.
주변각국들의 전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역점을 두어야 할 부 분은 주변 4강에 대한 관계심화와 외교 강화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11월 4일에 맺어진 '한·러군사혁렵양해각서'의 서명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는 이미 90년 양국간 국교관계가 전면 복원되면서 정치, 외 교,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폭넓은 관계발전이 이루어져왔고 군사분야에 서만도 상당수준의 교류가 있어왔다. 이번 양해각서체결은 상징적 성격이 짙지만 앞으로 양국군사협력확대의 틀을 마련하고 또 한반도 안정을 위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선 군사적으로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이루어져 온 양국간 군사교류협력이 본격화되고 서방과 맺어왔던 한국의 대외군사협력관계가 사회주의권까지 확대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즉 주요 훈련상호참관, 교육연수 및 군관계자들의 상호왕래로 양국의 군사적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한 가지 예에 불과하지만 결국 주변국들과의 정치, 군사, 외교관계의 강화가 우리의 안보와 한반도 안정을 지향하는데 있어서 첫걸음이 될 것이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총리가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주변국들 특히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과의 관계강화는 한반도 안정과 궁극적으로 남북한 통 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주변국들과의 관계와 협력을 계속 넓혀나가야 하며 군사협력도 더욱 확대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V. 결론
이제까지 한국의 포괄적 안보전략과 대북 안보전략, 대동북아 안보전략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탈냉전시대의 도래의 따른 글로벌 차원의 국제환경의 변화 즉, 세계질서의 다원화 및 국제사회의 다극화, 국제관계에서 경제력의 비중의 증대에 따른 힘의 변화, 국제적 상호의존의 증대, 첨단기술의 혁신과 하이테크 전쟁의 도래 등에 따라 안보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그와 같은 안보환경의 전환기적 변화는 동북아 지역에도 투영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의 안보문제도 군사문제뿐 아니라 경제, 환경, 인권, 마약, 테러 등 다양하게 확대됨과 더불어 국제적 협조를 필요로 하는 성향들을 나타내고 있다. 즉 포괄적 안보개념의 영역에 속하는 안보문제들이 증대하고 있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과 그에 따른 남북관계의 진전으로 한반도 냉전적 구도의 해체의 전개와 더불어 동북아 국제질서는' 미ㆍ일 대 중국'의 느슨한 견제 구도 속에서 그 유동성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이와 같은 동북아 국제질서 및 안보환경에 대응하면서, 한반도의 평화공존과 협력관계의 정착이라는 역사적 과제의 달성을 도모할 수 있는 안보정책을 수립ㆍ추구하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중장기적 군사외교 강화와 통일과정과 통일 후 주변국과의 우호선린 및 지역정세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힘의 균형역할 확보에 주력하여야 하며, 한반도의 우발사태 발생이 역내 국가 간의 무력시위 및 개입에 따른 확전 가능성에도 대비하여 장기적 군사전략 발전방향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한반도 위기관리의 핵심은 한마디로 방어에 충분한 군사적 능력과 이를 운용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결집력을 구비하는데 있으며, 이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지금부터 단계적이고 다원적인 안보 외교 전략을 구체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통일국가의 설계는 자주적으로 하되, 그에 필요한 전력 및 전략 확보는 어떠한 형태이건 동맹 후원세력의 지원이 필요하므로 주변 4강과 제휴할 수 있는 입체적 외교안보능력과 방법론 강구가 절실하다.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미래안보상황 속에서 자주적인 국가이익을 추구하고 통일한국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가기 위해 우리도 점차 상승하는 우리의 국력에 걸맞는 군사태세를 유지하고 그 수단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격변하는 안보상황 속에서의 자주적이고 효율적인 전쟁억제와 방어태세 향상을 위해 우리의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은 항상 상호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안보정책은 통일지향적으로 수립하되 통일정책은 반드시 안보정책을 바탕으로 추진해야할 것이다.
참고 문헌
한국의 포괄적 안보전략과 다자간 안보협력 배정호
東아시아硏究論叢 (Journal of East Asian Studies) Vol.11 331-337 [2000]
한국의 대북 안보전략 이석수
東北亞硏究論叢 Vol.5 No.1 115-134 [2000]
동북아 신정치ㆍ안보 질서와 한국의 대응전략 김두진 김진기
Vol.1996 No.5 31-67 [1996]
탈냉전기 주변 4강 미·일·중·러의 대한반도 안보정책과 한국의 대응전략 이철현
Vol.14 No.1 235-255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