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제도를 보완하는 국가 차원의 인권보호제도를 구성하면서 동시에 각국의 국내법에 따른 제도 및 기구를 국제인권제도와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인권기구는 수직적으로는 유엔 - 지역 인권기구 - 각국의 기구의 연속선에서, 수평적으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구성된 국가권력 체제와 관계 속에서 도입되는 새로운 개념의 국가기관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인권기구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임무로 하는 하나의 국가기관이면서도 동시에 그 자체 분리되고 고정된 기구가 아니라 국가체제 전반을 인권보호적인 체제로 전환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동력이라는 입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권기구의 개념과 지위, 기능과 권한 등은 주로 국제인권법의 발전에 맞추어 진화해 왔고, 최소한의 공통기준이 1993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파리원칙"으로 집대성되었다. 비록 "파리원칙" 자체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규범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국제적 준칙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 기구가 원래 국제인권법을 국내에서 실현할 것으로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준과 국내 현실 사이의 가교로 고안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를 도입하고 운영하는 모든 나라가 지키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1976년 국제인권규약의 발효와 함께 안정된 민주주의와 복지사회를 건설한 선진제국들이 인권위원회형식의 인권기구를 도입함으로써 발전의 계기를 맞이한 이 제도는 1980년대 이후 세계적인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갖게 된다. 안정된 민주사회에 남아 있는 차별대우를 바로잡는 역할을 주로 하던 인권기구가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도기의 나라들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인권의 보호와 향상이라는 역할을 통해 민주적 이행을 앞당기고 민주주의 체제를 뿌리내리게 하는 제도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인권 옴부즈만"의 형식을 도입한 남미와 동유럽, "인권위원회" 형식을 주로 도입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인권기구들은 이제 각각의 나라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세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면서 인권보호체제를 형성해 나가고 있고, 유엔 역시 이러한 관점에 서서 인권기구의 도입과 확산을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1993년 세계인권회의 결과 설치된 인권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의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가단위의 인권에 관한 하부구조(infrastructure), 즉 인권기구를 포함한 민주적 제도를 건설하고 강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권기구 설치를 둘러싼 논란과정은 부수적으로 우리 사회에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는데, 첫째는 우리 사회의 민주개혁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사회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둘째는 정당과 국회의 기능회복, 그리고 셋째는 검찰과 법무부의 개혁 문제이다.
이들 문제들은 일반 시민들이 상식 수준에서도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들인데 무엇보다도 정부가 아직도 권위주의적 권력행사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 그리고 독립적인 인권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 즉 인권의 가치와 정권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반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민주주의를 향한 전환은 더 많은 우여곡절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짧은 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이지만, 예컨대 대통령 직속으로 주요 인권관련 부처의 장과 시민사회의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인권정책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588). 이를 통하여 우선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에 정기적인 대화의 통로를 확보할 수 있고 이 통로를 통해 중요한 인권정책을 서로 협의함으로써 서로 간의 이해를 높이고 불신을 해소하며 공동의 전망을 찾아 나가는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진정한 협의589)는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 ... 인권위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동안 아무도 풀지 못했던 인권의 숙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에 대한 발언에서 주저함이 없어야 하고 어디든지 대담하게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
인권기구를 둘러싼 논쟁의 결말이 불투명한 이 시점에서 강조해야 할 것은 우리가 제시한 대안의 구체적인 내용 하나 하나가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스스로를 돌이켜 보면서 현재의 문제와 미래를 향한 과제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미래를 향한 꿈을 만들어내고 또한 그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정치적 의지와 능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며592), 그런 가운데 한국 사회는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과거의 유산을 딛고 인권이 보장되는 실질적인 민주주의 사회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인권기구는 바로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데 촉매역할을 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민주화의 갈림길에서 뒷걸음치지 않도록 국가기구 내부에서 견제하는 "반성장치" 또는 "방파제"의 역할을 해야 하고 또한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추동해 나가는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11 참고문헌
1 국가인원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humanrights.go.kr/
2 네이버 백과사전 http://100.naver.com/
3 국가인권위원회 편. 국가인권위원회공보. 제1호(2003년2월)
4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당대 (1998)
5 ‘한국민주주의의 이론’, 한길사 (1993)
6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 나남출판 1996)
1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의
2 국가인권위원회의 목표
3 국가인권위원회의 역사
4 국가인권위원회의 성격
5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
6 인권위원회의 출범 배경
7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과 한계
8 국가 인권 위원회의 문제점
1) 인권위원회의 독립성 문제
2) 조사대상 범위의 문제
3) 조사권의 제약 문제
4) 위원회 결정의 실효성 문제
5) 인권교육과 인권정책 기능의 실효성 문제
6) 법인의 위상 문제
9 국가인권위원회의 향후과제
10 결론
11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