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 것처럼 인간의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왕과 그의 졸개들은 인간이 이미 품고 있는 악의 씨앗이며, 타락의 단서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씨앗은 우리 내면에 선한 심성과 함께 내재해 있기에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며, 그렇기에 우리는 그러한 악의 씨 앞에서 숙명적 한계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붓다는 이런 숙명적 한계를 ‘깨달음’이라는 종교경험을 통해 뛰어넘었다. 동양에서는 종교를 우주와 인간의 삶에 대한 형이상학적 가르침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붓다는 우주의 실체가 없음을 깨닫고, 실체가 없다는 그 사실을 ‘공(空)’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 무엇도 정해진 형태가 없이 항구적인 변화 속에서 무상(無常)하니 집착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붓다는 ‘공(空)’을 통해 우주의 원리를 파악했고, 이런 형이상학적 사색을 통해 모든 집착을 버릴 수 있었다. 그럼으로써 그 자신의 갈등을 조장했던 탐욕을 제거하고 절대적인 내적 통일, 즉 궁극의 평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예수는 절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신앙의 확신을 가졌으며, 이러한 종교경험을 통해 영적 성숙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신을 통한 간접적인 안식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붓다는 그 스스로의 깨달음을 통해 자아의 통일을 직접 이루어냈으니 이런 점에서 양자의 종교경험은 이질적이다.
참고문헌
『불소행찬』「파마품」
『성경』
김성민, 『종교체험』, 동명사, 2001..
김득중, 『한국주석: 마태복음』, 성서원, 2007.
조경철, 『대한기독교서회창립100주년기념 성서주석: 마태복음』, 대한기독교서회,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