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지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 했던 마이클은 그녀 또한 평생동안 자신을 한번도 마음속에서 떨쳐 낸 적이 없음을 알고, 후회와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마이클은 평소 관계가 소원했던 딸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녀의 무덤을 찾으며 이 책은 끝을 맺는다.
Ⅲ. 맺음말
남자는 평생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남자에게 있어 그만큼 첫사랑의 의미는 각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나 그 첫사랑이 아픈 상처로 남았을 경우 그 상처가 아물기 까지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책속의 마이클 또한 평생 동안 ‘한나’라는 여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록 그녀가 어느 날 한마디 예고없이 자신을 떠나가 큰 상처를 안겨주었고, 자신에게 문맹인 것을 숨겼으며, 유대인대학살에 동참했던 인물이었지만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마이클의 사랑은 가슴 아픈 것이었으며, 이 책을 전개해 나가는 주요 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이 비평가들에게 유일하게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클은 분명 미성년자이며, 한나와의 나이차이는 20살이 넘는다. 물론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보기에는 분명 말도 안 되는 설정이다. 이 책이 영화로 제작되어질 당시 감독도 다국적인 관객들의 비난을 의식했는지, 남자 주인공이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해의 생일에 맞춰 베드신을 촬영했다고 할 만큼 많이 의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작품 속에서 분명 이들의 사랑은 추해 보이지 않았다. 진지하고 애틋한 이들의 사랑을 보며 나이는 어쩌면 정말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편 책을 읽고 난 후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서도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보았다. 물론 홀로코스트는 인류 역사상에 있어서 최대의 비극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 충격적이고 잘못된 사건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의 죄의식에 대해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현재의 입장에서 역사를 되돌이켜 보기는 쉽지만 그 당시 상황에 처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온전히 생각해 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품속에서 문맹이었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한나는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살아가기 위해 일자리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해야 했다. 글을 모르는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직장은 많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 당시 죄를 저지른 수 많은 전범들은 어쩌면 가해자이자 시대의 희생양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적부터 끊임없는 이데올로기를 세뇌 받고, 잘못된 군중심리에 휘말려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던 그들의 죄를 단순한 개인 혼자만의 죄로 치부해 버리기엔 시대의 과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남녀간의 심층적인 사랑을 넘어서 역사가 풀지 못한 난해한 질문마저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아직까지 난 명쾌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이 책이 왜 명작이라 찬사를 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