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주하고 격리시켰던 과거의 밀렛제도를 폐지하고 이슬람과 기독교가 서로 불신하게 만드는 두터운 벽을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은 앞으로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현재는 이슬람인 뿐만 아니라 유대인과 기독교인도 터키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왜냐하면 터키인은 더 이상 종교적 이슬람 단위체계가 아니라 언어, 문화와 민족적 이상의 통일성으로 묶인 민족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의 이슬람권 선교 상황이 다소 어둡다고 간주된다면 그것은 분명히 과거보다 덜 우호적이기 때문이 아니라(이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커다란 동요가 분명한 이점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지극히 복잡하고 철저하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슬람 국가에 있어서의 조직적인 선교활동의 존속여부는 전적으로 순간의 호의 여부에 달려있다. 구체적인 접근 가능성에 관한 많은 복잡한 문제들, 예컨대 회심자들을 다루고 양육하는 문제, 동방교회들이 안고 있는 여건에 관한 문제와 이러한 교회들이 사도적 책무에 어느 정도 적합한가에 관한 문제를 나라별로 다양하게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만족스럽게 논의하려면 보다 많은 지면과 무엇보다도 다양한 선교현장에 관한 보다 깊은 실천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독교회와 이슬람의 구체적 만남
기독교회가 이슬람과 구체적으로 만나야 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프리카와 동인도제도라는 거대한 두 지역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 양자가 급속하게 전파되고 있으며 확립되어 있던 기존 종교인 이교가 소멸될 찰나에 놓여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지역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 두 종교가 그곳을 점유하는 유일한 공식종교가 될 것이다. 상황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슬람은 특히 아프리카에서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흑인들은 이슬람교도가 됨으로써 이슬람의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혈연 공동체에 들어간다. 이슬람은 그 관대함으로 인해 생활의 현행 기준에 매우 쉽게 적응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입교 과정이 전혀 요구되지 않고 있다. 원주민들이 매우 귀중하게 생각하는 주술적 관습과 사상이 쉽게 융합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뿌리깊은 사회제도인 일부다처제가 기독교에서처럼 논란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재가되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말은 결코 안이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즉 이슬람은 아프리카에서 정체되어 열매를 현재 맺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슬람은 이 대륙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실제적인 도덕적 배경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발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기독교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도덕적 기반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공평한 입장에서 아프리카의 번영을 원하는 최선의 사람의 입장에서 보건대 그들에게 최선의 것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법칙이 없다. 백인들이 인종문제를 다루는 방법은 흑인들에게 굴욕감을 주고 있으며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매일 가르치고 있다. 즉 불경스러운 서구 '기독교인들'은 이슬람과는 달리 다른 인종과 문화에 속한 사람과의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결속과 연합을 모른다. 이와 같이 기독교와 이슬람이 아프리카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선교 단체와 기독교회에게 진정한 기독교적 연합과 결속을 실증하고, 유럽인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인종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한 지위를 갖는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대표하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인종문제를 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정신과 기독교의 종교적 성격에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는 방법으로 이슬람 문제를 대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와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의 교회들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이것이 앞으로 우리 앞에 크게 부각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