떻게 느끼고 인지하고 있는지를 올바로 진단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 나라 초등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의 사회정체성을 연구하기 위한 설문지 분석 결과,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 원인을 살펴보면 ‘그냥’ 혹은 ‘우리나라니까’라는 식의 순환적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들이 한국이라는 본인의 나라에 관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기보다는 그저 주어진 현실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국적이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고 나는 것으로 노력 여하에 달려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사실 자체에 관해 인지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생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 어떤 점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는지 묻는 좀더 구체적인 문항에서는 90% 이상의 학생들이 월드컵이나 골프, 야구와 같은 스포츠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을 들었다. 이는 곧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음을 인정받을 때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즉 사회 정체성도 고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장점으로도 인내와 끈기, 열정과 같은 요소들, 빠른 경제성장과 같은 대답이 언급되었다. 반면 단점으로는 ‘빨리빨리’ 문화, 확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처럼 한국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서는 학생들의 대답이 매우 획일적이고 한 단어로 간단명료하게 정의되어졌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실제로 그러한 점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과 같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청소년들이 반복적으로 습득한 경향이 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이 사실은 사회가 청소년들의 사회 정체성 확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잘 설명해준다고 하겠다.
또한 우리나라 학생들은 경제적 수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일본, 미국, 유럽, 중국, 북한과 같은 나라들과 한국을 비교해보는 질문에서 그들은 국토가 넓고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라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 일본을 부러워하였으나, 중국과 북한은 전혀 부럽지 않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중국과 북한의 경제적 성장이 느리고 현재까지 그 성취도가 부진하다는 것이 그네들의 정치적 제도보다 우선적으로 언급되었다. 무엇보다 아직 사회제도나 정치, 경제적인 면에서 구체적인 사항에 근거하여 국가관을 형성하는 것이 미흡한 초등학생들부터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경제적인 위치로 나라의 성격을 규정하고 순위를 매긴다는 사실은 경제적 성취가 얼마나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인지적 발달이 이루어져갈수록, 즉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갈수록 그 나라들에 관해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갖게 됨을 알 수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미국과 유럽은 땅이 넓고 잘 살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으로 형성되어 그 국민들도 친절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중,고등학생으로 갈수록 그 나라의 경제력과 국민성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또한 그 나라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면에 끼치는 영향력에 있어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 상대적인 적대감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이로 보아 같은 청소년 집단이라 하여도, 그 연령차에 따라 점점 비판적 사고 능력도 함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직 인지적 발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초등학생들마저 일본을 쪽바리라 부르며 싫어하는 부정적인 태도는 달리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인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배우고 익히게 되는 양국간의 역사적인 갈등, 문화차이 때문이다. 즉 우리 사회가 형성하고 있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풍토가 그 구성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모국어인 국어를 영어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절대적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수의 학생들이 국어를 잘하는 것이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사회 정체성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언어마저 소홀히 한다면 사회 정체성은 물론 자아 정체성에도 큰 혼란이 있을 것이며 서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9명의 학생들로 총 27명을 인터뷰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표본 수가 적어 위와 같은 결과를 우리나라 청소년 층 전부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설문 대상자들이 성인이 아닌 관계로,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문제 이해 능력이 떨어졌고, 중, 고등학생들에게서는 성의있고 구체적인 답을 이끌어내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대부분 ‘보통이다’와 같은 평균수준을 택하려는 경향과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냥’ 혹은 ‘생각해 본 적 없다’와 같은 대답도 무척 많았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던 때를 남녀 할 것 없이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요인을 든 것처럼 성별에 따른 차이점은 없었고, 대부분 가정의 경제적 수준을 중산층 정도로 답하여 사회 경제적 수준에 따른 차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에는 우리 사회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한국이 어떠한 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주변 다른 나라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관한 매체들의 보도는 청소년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들은 가정으로부터 사회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성인들과 접촉하며 성인들의 사고, 규범, 행위를 보고 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의 자아 정체성과 나아가 사회 정체성의 확립에 큰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는 또한 상호 작용하는 것이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도록,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인 모든 면에서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한국정신문화연구원(2001), 새천년 한국인의 정체성,
탁석산(2000), 한국의 정체성
삼성복지재단(1999) 한국 10대 청소년의 의식구조 : 생활세계적 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