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소통 이론이나 인지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글쓰기를 과거의 문장 작법의 단계를 뛰어넘는 일이 필요하다.
2. 국어 지식의 보편적 확충
재단법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시행하고 있는 ‘국어 능력 인증 시험’의 내부 분석 자료를 보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영역 가운데 쓰기 영역의 성적이 가장 낮게 나타나 있다. 쓰기 문제에 대한 정답률이 평균 68%를 나타내고 있으며, 쓰기 영역의 기초가 되는 각종 어문 규정에 관한 문제는 정답률이 6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분포는 다른 영역의 문제에 대한 정답률이 평균적으로 75%를 상회하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것은 글쓰기에 적용되는 국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어 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글쓰기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국어에 대한 기본적인 언어 지식을 확충하는 일이 필요하다. 각종 어문 규범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국어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언어 능력의 하나인 글쓰기 능력의 향상을 이루기 어렵다.
3. 새로운 글쓰기 제도의 확립
현재 영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는 직능별 글쓰기 능력에 대한 국가 인증 시험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있다. 이러한 글쓰기 제도의 확립은 자연스럽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면서 글쓰기 능력의 향상을 도모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일부 대학의 입학시험에서 논술고사를 치르고, 일부 기업의 입사 시험에서 소논문을 작성하는 입사 시험을 치른다. 그러나 이러한 글쓰기 제도는 글쓰기의 상황과 접근 방법에 대한 분석이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어 사용의 환경에 적응하는 실제적인 글쓰기 능력의 함양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단계별 글쓰기 제도 또는 직능별 글쓰기 제도를 확립하여 사회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일이 필요하다.
4. 국어 문장 상담소의 운영
서울대학교는 대학 안에서 학술 문장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새로운 프로그램은 서구의 명문 대학들이 운영하고 있는 학술 문장 센터(Academic Writing Center)를 모델로 한 것이지만, 아직 그 규모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그러나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학문 활동의 하나인 글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그 제도적인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장 상담소의 운영 문제는 그동안 국립국어연구원에서도 수차례 강조해 온 것이므로 앞으로 그 실천적인 운영을 꾀하여 한다.
Ⅹ. 결론
인간은 개인적 존재이자 사회적 존재이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삶은 사회적 상호 작용의 삶과 전문 분야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직업 세계의 삶이 있다. 그리고 직업 세계는 학문, 언론, 법조, 의료,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세계에 종사하는 개인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문어 텍스트 생산 능력 곧 글쓰기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만큼 글쓰기 능력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하다. 비교적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상급 관리자가 자신의 업무 시간의 50% 이상을 글쓰기와 관련한 일을 하면서 보낸다는 조사 연구 결과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글쓰기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웅변하고 있다. 그래서 발제자가 인용한 예를 미국 사회에 국한된 문제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글쓰기 능력은 언어 사용자가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각종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 사태에 적합한 문어 텍스트를 생산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지식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지식 생산 능력의 핵심 능력이 된다. 지식 생산 능력은 기존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산출해 내는 능력인데 이 능력의 핵심이 바로 문어 텍스트의 이해 능력과 표현 능력이다.
국민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정책 사안임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No Child Left Behind”라는 교육 법안을 공표하고,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 수준에 대한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Why No Left Behind Is Important to America”를 제시하면서 국민에게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http://www.ncib.gov 참조). 그런가 하면 영국의 경우는 글쓰기 능력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그래서 성인들의 글을 읽고 쓰는 능력(Literacy)을 향상시키기 위해 “The National Literacy Strategy”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이 글쓰기 능력 향상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다민족 국가에서 사회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발제자도 전제하였듯이 글쓰기 능력은 어떤 능력보다도 중요한 능력이다. 그리고 인간을 문명화(文明化)하는 핵심 능력이라는 인식의 지평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국립국어연구원이 ‘국어 기본법’을 성안하면서 수립한 각종 기본 계획이 국민들의 실질적인 국어사용 능력 향상과 연계되도록 하는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거시적으로는 텍스트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하여 사회 문화적 환경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국가 기관이 선도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다. 미시적으로는 국민의 글쓰기 실태에 관한 체계적인 기초 조사 연구, 다양한 글쓰기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사업이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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