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론자들이 제시한 주장들의 대부분은 유기체의 독특한 특성들을 설명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특성들은 오늘날 유전 프로그램에 의해 설명된다. 결국, 생기론자들은 기계론에 대한 타당한 논박을 완전하게 제시했지만, 방대의 미숙한 생물학적 지식으로 생명과정에 대한 올바른 설명을 제시할 수는 없었다.
이런 약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생기론이 폭넓은 지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략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은 당시 생명에 대한 환원주의적 기계른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생기론이 당대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 예를 들어,우주론적 목적에 대한 믿음(목적론)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2) 생기론의 몰락
과학혁명의 조악한 기계주의와 19세기 물리주의에 대한 합당한 이론적 대안인 생기론은 1930년경에 생물학의 의미 있는 이론으로서는 가치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생기론
은 왜 몰락하게 되었을까? 그 요인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생기론은 과학적 이론이라기보다 형이상학적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즉, 검증할 방법을 갖고 있지 못했다. 두 번째로 유기체가 생명 없는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실체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점차 신뢰를 잃어갔다. 1828년 프리드리히 뵐러는 실험실에서 유기물인요소를 합성해 냈는데, 이는 인위적으로 비유기 합성물을 유기분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첫 번째 증명이었다. 세 번째로는 비물질적인 생기력의 존재를 입증하려던 생기론자들의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런 실패로 인해 생리과정과 발생과정들이모두 세포와 분자 수준의 생화학적 과정에 의해 설명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생기론의 근거로 인용했던 현상들을 설명해줄 새로운 생물학적 개념들이 나타났음을 지적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생기론자들은 생물학을 독자적인 과학영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4) 유기체주의
(1) 유기체주의의 탄생
1919년 유기체주의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던 리터에 따르면 "전체는 그 부분들과 긴밀히 관련된다. 전체의 존재는 부분들의 질서 있는 협업과 상호의존에 달려 있는 한편전체는 그 부분들에 대하여 결정적인 제어력을 행사한다. 스머츠는 유기체에 대한 전일론적 관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체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며, 부분들로 이루어져있다. 유기체와 같은 자연적 전체들은 복잡하거나 복합적이다. 그것들은 이런 저런 종류의 활동적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 놓여 있는 많은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유기체의 세포와 같이 부분들 자체가 작은 전체일 수 있다. " 이런 주장들은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전체는 부분들의 합 이상이다."
(2) 환원주의(복잡하고 추상적인 사상(事象)이나 개념을 단일 레벨의 더 기본적인 요소로부터 설명하려는 입장) 비판
알렉스 노피코스는 살아있는 유기체에 대한 설명이 왜 전일론적이어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 수준에서 전체적인 것은 상위 수준에서는 부분이 된다. 부분과 전체는 모두 물리적 실체들이며, 통합은 부분들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즉 그들 속성의 귀결로서 야기된다. "고 주장했다. 부분들의 상호작용 때문에 고립된 부분에 대한 어떤 서술도 전체 시스템의 속성을 표현할 수가 없다. 체계 전체를 제어하는 것은 부분들의 조직이다. 이는 세포로부터, 세포조직, 기관, 기관계, 하나의 유기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부분들의 통합이 존재함을 의미 한다.
통합은 생화학 수준에서, 발달단계의 수준에서, 유기체의 행동수준에서 발견될 수 있다.유기체주의의 기본은 살아 있는 존재는 조직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살아 있는 존재는 특성들 또는 분자들의 집합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의 기능이 전적으로 조직, 상호관계, 상호작용, 상호의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3) 창발성
현대생물학의 설명체계를 이루는 두 기둥은 유전 프로그램과 창발성 개념이다. 창발성 개념은 구조화된 체계에서는 하위 수준 요소들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예측될 수 없는 새로운 속성이 상위 수준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기체주의는 유전 프로그램이 개념과창발성의 개념을 포괄함으로써 반환원론인 동시에 기계론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자코브는 창발성 개념을 이렇게 설명한다. "각 수준에서 상대적으로 잘 정의된 크기, 그리고 거의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단위들이 연합하여 상위 수준의 단위를 형성한다.
이렇게 하위 단위들을 통합함으로써 만들어진 단위들을 일반화하여 '통합치'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통합체는 하위 수준의 통합체들을 결합함으로써 형성되며, 그것은 다시 보다 상위의 통합체를 구성하는 데 참여한다.
" 모든 통합체는 하위의 통합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특성과 능력을 갖는다. 이를 일컬어 창발되었다고 말한다.
현대 진화론자들은 새로운 상위 수준의 창발을 허용하는 복잡한 체계의 형성은 전적으로 유전적 변이와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통합체들은 자연선택을 통해서 진화하며, 개체의 적합성에 기여함으로써 각각의 수준에서 적응계를 이룬다.
유기체주의는 다음 두 가지 믿음으로 요약될 수 있다. 유기체를 하나의 전체로 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 그리고 동시에 전체는 분석을 거부하는 신비한 것이 아니며 적절한 수준을 택함으로써 연구되고 분석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그것이다. 유기체주의자들은 분석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다만 분석은 의미 있는 정보와 통찰을 산출해주는 최하 수준까지만 한정적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체계, 모든 통합체는 부분들로 분리될 때 그 특성들을 잃는다. 유기체의 구성요소들 사이의 많은 중요한 상호작용들은 생화학적 수준이 아니라 상위의 통합 수준에서 발생한다. 통합의 연속적인 단계들에서 나타나는 유기적 통합체의 발달 및 활동들을 제어하는 것은 결국 유전 프로그램이다.
*참고문헌
-정인화, ‘고뇌하는 현대인을 위한 윤리학 강의’, 서광사
-로버트 L, 애링턴, ‘서양 윤리학사’, 사광사
-김진 외, ‘공학윤리-기술공학시대의 윤리적 문제’, 철학과 현실사
-구승희, ‘현대 사회 윤리’, 인간사랑
-앤서니 웨스턴, ‘윤리문제에서 딜레마 뛰어넘기’, 필맥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삶과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