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진행된 시
점에도 모든 유대 영역에서 처가보다는 본가중심의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즉 남성
들은 여전히 부계지향적인 친족관계를 유지하며, 사고방식이나 공식적 비공식적
우선순위는 친가 위주인 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나 점차 처가도 중시하며 처가와
활발한 유대를 맺는 영역도 나타나 친족관계의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약 10년 전 연구결과이나 비교적 최근의 연구(한경혜 은성은, 2004)에서
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보고되는 것을 보면 실제 친족생활에서 양계화로의 변화는
매우 완만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한 바는, 친족유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
치는 것은 지리적 근접성이라는 점이다. 지리적 근접성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기능적 유대는 물론, 친목적 유대와 의례적 유대 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과거 에
는 엄격한 부계중심의 형식과 의무에 바탕을 둔 친족관계였으나, 현대 가족생활에
서는 일상생활의 편리성과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 경제적 자원 같은 실리적 상황
이 친족관계 특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졌으며, 이를 통해 친족유대의 변화경향
과 특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남편의 출생순위나 가족주의가치가 여전히 의례적
유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유대영역별로 부계중심적 친족유대가 존재한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부계중심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실리적인 목적에 따라 양
계적인 양상을 보인다고 하겠다.
최근 대규모 전국가족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한경혜 윤성은, 2004)에서 성인자
녀와 부모의 동거여부, 거주근접성, 접촉정도를 근거로 친족관계의 양계화 정도를
파악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거주유형은 핵가족형태가 지배적이며,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남편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11.6%)이 아내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1.7%)보다 훨씬 높아서 거주
유형에서의 부계성이 아직 남아 있다. 특히 남편부모와 동거할 때 장남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차남보다 더 높아서 장남이 부모 동거와 부양규범의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부모와 동거하는 경우는 빈도가 워낙 낮아서 경향성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
둘째, 거주의 근접성은 남편부모와 아내부모의 거주 근접성 분포가 유사하여 상
당한 정도로 양계화가 진행되었다고 연구자는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주분
포를 근거로 거주의 근접성의 의미에 수정확대가족적 유대를 적용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유대관계의 양계화라기보다는 복합적 요인이 존재하는 선계화(選系化) 경
향을 띠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관계적 측면의 양계화 현상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남성은 처가부모
보다는 본인부모와 접촉빈도가 높으며, 여성은 양가부모와 접촉빈도가 유사한데,
여성의 학력수준이 높은 경우 탈부계화 성향을 보였다.
넷째, 경제적 지원, 정서적 지원, 도구적 지원 등의 지원영역에 따라 제공과 수
혜 양상은 다양하다. 경제적 지원에 대한 제공과 수혜는 부모자녀관계에 집중되어
있는데, 남편의 부모에 대한 지원이 아내의 부모에 대한 지원보다 두 배가량 많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적 지원은 아내부모의 지원제공이 남편부모의 지원제공보다 많
다. 이는 한국가족의 양계화 경향이 아내의 원가족/부모 지원증가 형태를 보인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친족관계의 비대칭성은 도구적 지원교환에서도 유사한 경
향으로 관찰된다. 한편 정서적 지원은 비친족원인 친구나 직장동료에 대한 의존도
가 높다. 그러나 부모자녀간 정서적 지원 특성은 제공과 수혜 모두 아내부모와 더
빈번하게 교환한다.
결론적으로, 한국가족의 양계화는 실제적 필요에 따른 사회적 지원망으로서 아
내의 친족관계망 활용정도가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우리 사회의 양계화는
여성의 필요에 따른 선택적 양계화 모습을 보여 친족과외 상호작용이 부계와 처계
를 차별하지 않고 남녀의 원가족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친족관계라는 의미
의 진정한 양계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인다. 이는 친족관계의 현화에 대한 초기
연구가 시작된 1970년대부터 3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비대칭적 친족관계가 여
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참고문헌
-유계숙 외(2007). 가족정책론. 서울: 시그마프레스
-설동훈(2006).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김태길(2002). 세대의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
-전귀연(2006). 형제관계. 서울: 신정
-정현숙(2007). 가족생활교육. 서울: 신정
-함인희(2003). 사회구조적 변화와 가족의 적응과 저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