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라고 생각된다.
4대 일간지의 논조는 전체적으로 보아 긍정적인 경향이 강했다. 기사의 내용자체가 혐한현상을 소개하거나 이에 대한 분석과 비판기사여서 처음부터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한 것이라는 걸 감안하면 대단히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진보지로 여겨지는 「아사히신문」뿐만 아니라 가장 극우적이라 여겨지는 「산케이신문」과 다소 우파적이라 여겨지는 「요미우리신문」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2ch의 시각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이들 신문의 공통점은 혐한의 원인을 일본 내부에서 찾고자 하는 인식이 강했다는 점과 미디어 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하였다는 점이다. 또 활발한 문화교류와 미디어의 역할, 일본정부의 역사인식 전환, 양국 간의 신뢰 등 혐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이 다양하게 논의되었다는 점에서 한일우호증진을 위한 일본의 일간지들의 활동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짧은 외신보도이다. 자세한 배경 설명없이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실린 한·중의 반일운동과 중국의 혐한현상보도는 일본인의 분노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나라 언론 특히 흥미위주의 기사로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한국의 미디어들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2ch에는 일본의 신문이나 방송뿐만 아니라 한국의 갖가지 기사들도 실시간으로 회람되고 있다. 혐한류의 내용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기성 언론에서 왔음을 생각해볼 때 흥미위주의 선정적인 단신기사 게재는 지양해 나가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혐한류의 진원지인 2ch와 일본 4대 일간지를 중심으로 일본의 혐한류 현상을 살펴본 결과 혐한류의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인들이 2ch에 대해 갖는 인식은 ‘화장실 낙서’ 정도로 낮은 수준인데다, 문제의 ‘혐한’게시판은 2ch의 수많은 게시판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게다가 혐한일색이라 여겨졌던 2ch 혐한류 게시판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며, 우익정보의 발신지라 여겨지는 「산케이신문」도 한국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희구하고 있었다.
혐한류 현상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으로 정부나 미디어가 관리할 수 있는 차원은 아니다. 하지만 2ch에 나타난 ‘혐한’ 내용의 정보는 기존미디어와 인터넷에서 얻은 ‘근거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우리 미디어의 보도태도와 네티즌들의 반일감정 표출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일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냄으로써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례에서 볼 때 이러한 문제해결방식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켜왔다. 문제해결은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이해하려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전달하는 도구인 미디어의 역할은막중하다. 국민감정에 편승한 보도태도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는 보도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객관적인 판단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객관적이면서도 정확한 기사, 그리고 상대의 입장까지 고려한 기사를 제공한다면 지금과 같은 혐한현상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