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를 감쪽같이 숨기면서 복수일념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Chillingworth이다. 고도로 이지적인 냉혈인간은 사회와의 모든 인간적 관계를 포기한 채 Dimmesdale을 포로로 하여 교활하고도 잔인한 방법으로 그의 영혼을 파멸시키려 한다. 숲 속의 장면에서 Hester로부터 Chillingworth가 전 남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Dimmesdale은 공포와 수치에 몸을 떤다.
Dimmesdale이 보기에 Chillingworth의 복수는 타락한 목사의 죄보다도 더 사악한 것이며 이런 것이야말로 인간의 신성한 마음을 침범하고 짓밟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 것이다. 복수의 화신이 됨으로써 욕정의 죄보다도 더 큰 인간성을 파괴하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을 범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친절하고 정직하던 Chillingworth가 이렇게 악인이 된다는 것은 “사람이 하려고만 들면 자신을 악마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증거”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24장에서 사랑과 미움의 근본은 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같은 것인지 모르며, 단지 그것을 비쳐보는 불빛에 의해, 또는 비쳐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일 뿐이며, 인생이란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는 Hawthorne의 말은 Shakespeare 못지 않은 인생과 선악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심오한 철학적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Chillingworth가 죽은 후 그로 하여금 Pearl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기도록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Hawthorne은 분명히 Hester 못지 않게 Chillingworth에 대해 동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우리는 다시 첫장 끝에 나오는 “a tale of human frailty and sorrow"라는 구절을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그가 Hester에게 말하는 바와 같이 그들의 비극을 Calvinism의 예정론적 운명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더욱 인생에 대한 무상함과 애절한 감을 자아내고 있다.
Ⅲ. 결 론
『The Scarlet Letter』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역할은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중요한 역할들이다. 주홍글씨 하면 Hester가 생각나고 이어서 Pearl, Dimmesdale, Chillingworth가 줄이어 떠오르게 되어 있다. 이들은 각기 상이한 죄인으로서 복잡한 연대권 속에서 살아간다. David Levin은 Pearl을 제외한 사람을 그들의 죄의 형태에 따라 유형별로 나누고 있다.
Hester는 알려진 죄인이고 Dimmesdale은 숨은 죄인이며 Chillingworth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다. 『The Scarlet Letter』는 모두가 죄인인 이들 주인공들의 갈등을 통해서 죄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인간의 심리와 고뇌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Hawthorne은 신의 섭리와 원죄를 확신하면서도 원죄와 비선택으로 고통 당하는 인간들을 볼 때 신에 대하여 불순종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는 또 선민사상으로 교만에 찬 청교도인들을 거의 항상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그는 원죄의 결과로 인간들이 범죄 하는 것을 시인한다. 그러기에 원죄는 그의 많은 작품에서 주제가 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죄의 결과에서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징벌에 따른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징벌 받는 자에게는 동정을 베풀고 있다.
『The Scarlet Letter』는 Dimmesdale 목사의 은밀한 죄와, 이로 이한 심한 정신적 갈등은 거쳐 마침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구원을 얻는 전형적인 영혼구원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Hester와 Chillingworth가 소홀히 취급하는 위험이 있으며, 많은 비평가들이 Dimmesdale의 구원 문제를 그렇게 안이하게 취급하고 있지 않는 문제가 있다. 우선 Dimmesdale의 참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비평가들이 많다. 엄격한 교리적인 면에서 볼 때 그의 참회와 구원에는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Dimmesdale의 구원문제에 있어서의 애매성은 다른 작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Hawthorne의 종교관에 기인한다. 사실 Hawthorne은 Waggoner의 말과 같이, 이 작품에서 죄인인 Hester와 Dimmesdale 보다 엄격한 율법에 치우치고 있는 Puritanism과 악마와 같은 Chillingworth를 비판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Hawthorne의 비판대상인 Puritanism과 Chillingworth의 공통점은 인정과 인간성의 결여이다. 이렇듯 죄악이다, 구원이다라는 종교적인 틀에서나 인간적인 측면에서 고려할 때, 이 작품의 넓은 의미의 주제는 제1장의 맺는 말 “a tale of human frailty and sorrow"라 볼 수도 있다. 죄많은 여자인 Hester의 경우든 외견상 성인과 같은 Dimmesdale 목사의 경우든, 결국 그들의 죄의 동기는 인간적인 것이었으며, 인간이란 불완전한 존재이고 인생이란 본래 비극은 아니라 하더라도 Pearl이 생각하는 숲 속의 개울소리와 같이 애달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폭넓게 주제를 설정할 때 비로소 Hawthorne의 인본주의 사상과 Dimmesdale의 불투명한 구원문제 그리고 Hester의 도덕적 발전과 윤리문제에 대한 유기적 상관관계와 포괄적인 처리가 가능하게 된다.
이렇듯 『The Scarlet Letter』는 17세기 초기 미국 이주민들의 정신적 배경이 되었던 Puritanism에 입각한 일반 대중들의 사고 아래에서 모순되고 삐뚤어진 인물들은 등장시킴으로서 Puritan 조상들의 죄상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듯이다.
-참 고 문 헌
미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성경준, 외대사학 제12권
Nathaniel Hawthorne : 人本主義思想과 道德觀. 박영의, 형설출판사, 1982
Hawthorne 문학연구 (신화와 비극의 세계). 이병주, 한신문화사, 1995
Nathaniel Hawthorne 作品에 나타난 宗敎的 模護性.
Hawthorne 구원자로서의 여성인물 : 『주홍글씨』와 『일곱박공의 집』을 중심으로
호손의 역사의식. 최경도. 미국학논집,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