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다.
저자는 자주파일까 미국추종파일까? 아마도 자주파일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일본입장에서는 자주파가 진보적인 정치세력이겠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추종파가 진보세력이다. 일본의 자주파란 결국 과거 미국과도 맞붙었던 오래된 추억을 되찾고 싶어 하는 세력이다. 그들이 주변국에 저질렀던 제국주의 만행에 대한 반성은 없고, 다만 미국에게 졌다는 울분만 있을 뿐이다.그러기에 아직까지 전범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무시로 드나드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다보면 과거 일본의 대동아 공영이라는 단어가 떠오를까? 혹시 저자는 미국이 동아시아를 이런 식으로 지배하고 있으니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가 하나로 뭉쳐 미국과 맞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적어도 지금은 아닐지라도 미국의 힘이 약하거나 일본의 힘이 미국과 맞설 만하면, 지금의 일본 행태를 보아서는 그런 논리를 다시 주장할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저자는 역사란 과거를 알기 위하여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배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를 알기보다는 현재의 이익을 위해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일본이 딱 그렇게 행동한다.
지금까지 책의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저자의 핵심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미국은 전후 일본과 동아시아 지배 전략은 분할과 통치를 통해 자주노선을 견제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해 왔다. 일본은 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제는 과거의 굴종적인 대미관계를 청산하고 일본의 국력에 걸맞게 자주적인 태도로 외교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앞에서도 간간이 언급했지만 일본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 전개 과정이 너무 닮았다. 해방이후 분단에 이어진 한국전쟁,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시대를 거쳐 민주화시대, 그 과정에서의 경제성장, 최근 몇 년 간의 민주화와 경제성장에 있어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침체의 시기 등 한 국가가 겪을 수 있을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히고 있다.
저자는 일본 정부와 국민에게 미국에 대해 자주적인 노선을 추구하라고 촉구한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자주노선이란 곧 군국주의적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므로 못마땅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지도자가 자주노선 추구라는 말을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에게 한다면 다른 문제가 될 것 같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주변 국가를 침탈한 역사는 없었으니 안심하고, 우리야말로 자주노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