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경제활동은 상당한 정도로 대기업과 연결된 정부에 의해 조종되기 있기 때문에, 국가기구의 정치적 권력이 기업의 자본축적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만약 이러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가 기능에 대한 대중의 동의와 충성심을 얻지 못한다고 하면 정당성의 위기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계급갈등이 사회변혁의 잠재적 요인이었던 마르크스의 시대와는 달리, 오늘날의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노동자 조직과 사용자 및 정부간에 이른바 노사정간의 타협과 계약이 제도적으로 확립되고 있어서 계급화해가 선진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계급의식의 개념은 퇴색되고, 해방에 대한 관심도 더 이상 경제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외현상도 더 이상 경제적 측면에 국한하여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넷째로,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한 후기 자본주의적 생산에 있어서는, 과학과 기술이 잉여가치를 생성창출하는 주요 원천이라 할 수 있고, 따라서 노동력만이 잉여가치를 창출한다고 하는 마르크스의 노동 가치설은 이제 그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후기 자본주의사회에서 극대화된 과학과 기술이 정치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정치가 일종의 테크놀로지의 일종으로 왜곡된 이른바 정치의 과학화 현상이 발생되었고, 이것이 후기자본주의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사회에 만연된 기술적 의식은 생활세계의 상징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억압하고 대중의 탈정치화에 기여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이며, 이와 같이 기술적 의식이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키는 문명의 병리를 하버마스는 생활세계의 식민지화라고 하였다.
Ⅸ. 사회학과 사회학적 쟁점
지금까지 우리는 사회학적 설명에 대한 통상의 반대들이 충분한 근거를 갖지 못한 것이지만,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반대를 아주 강하게 믿게 되었다는 것을 보이려고 하였다. 또한 우리는 인간의 행위를 사회에 대한 인간의 일방적 적응에 입각하여 설명하는 기계론적 접근의 사회학도 공격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이 어디에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행위와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에서 사회학적 설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우리가 보기에, 이것에는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그리고 행위를 설명하고자 하는 방식을, 즉 독특한 종류의 민감성을 가다듬는 일도 포함된다. 밀스(C. Wright Mills)사회학에 대한 그의 일반적 접근에 우리는 상당히 동의하고 있다는 이것을 ‘사회학적 상상력’ 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굴드너(Gouldner)는 그가 ‘성찰적 사회학’이라고 이름붙인 사회학적 자각을 내세웠다(Mills, 1970; Gouldner, 1971; Shaw, 1975). 밀스의 주장에 따르면, 거대 국가들과 지속적인 변동을 특징으로 하는 복잡한 현대 세계에서, 바로 이 ‘사회학적 상상력’이야말로 적절한 질문을 제기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설명에 착수할 수 있게 해준다. 만약 어떤 사람이 해고된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 관련된 개인적 문제, 즉 걱정거리(trouble)라고 밀스는 말한다. 일자리가 남아도는 한, 우리는 그 사람의 특성이나 훈련을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나라의 노동력의 상당 비율이 실업자일 때 그것을 개인에 입각하여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때 우리는 그들이 소속한 집단들, 그것들의 조직, 사회의 조직 방식에서 설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쟁점(issue)이 된다. 부유하고 안정된 사람들은 으레 실업자들을, 부유한 사람들이 이익을 얻는 바로 그 사회체계의 희생자가 아니라, 게으름뱅이나 부적격자로 생각한다. 밀스가 제시하는 또 다른 보기를 결혼이다. 어느 부부가 갈라섰다면 이것은 개인적 문제이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에서와 같이, 모든 결혼의 3분의 1(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50%)이 이혼으로 끝날 때, 그것이 각 부부에게는 개인적 걱정거리로 나타날지라도, 우리는 그것에 대한 설명을 마땅히 개별 부부의 외부에서 즉 결혼과 가족의 사회적 의미 그리고 남성과 여성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에서의 변화에 입각해서 찾는다. 카아마이클(Stokely Carmichael)도 걱정거리와 쟁점이라는 용어를 ‘개인적인 것’과 ‘제도적인 것’이라는 말로 바꾸면서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다.
정체불명의 백인 폭력배들이 흑인 교회를 습격하여 5명의 흑인 어린이를 살해하였을 때, 그것은 세계 도처에서 개탄해마지 않을 개인적인 인종주의의 행동이다. 그러나 알라바마주의 버밍햄 같은 도시에서, 적절한 식량과 주거와 의료시설의 부족 때문에 해마다 500명의 흑인 아이들이 죽어가고, 흑인 공동체의 가난과 차별 때문에 수천 명이 육체적, 정서적, 지적으로 파괴되거나 불구가 될 때, 그것은 제도화된 인종주의의 작용이다(Carmichael,1968).
걱정거리를 원래 대체로 개인적인 것이라고 정의하고, 쟁점을 원래 대체로 사회적인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는 모든 사건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쟁점에 입각한 설명을 과소평가하기 쉽다고 밀스는 주장한다. 그러므로 사회학적 설명 방식의 중요성과 광범한 적합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두 가지 연구 분야를 살펴봄으로써 사회적 설명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이고자 한다. 한 가지는 흔히 생물학에 의존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분야고, 다른 한 가지는 가장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분야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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