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깊숙한 곳에까지 적은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안이한 마음과 태도로는 이 싸움에 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진지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절망적인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생태문제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잘못된 태도를 보여준다. 하나는 생태문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다. 민족문학 진영이라 해서 이런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고, 좀더 자각적이고, 투철하며, 예민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하나는 체념적 태도이다. 혼자 떠들고 실천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고 하니 남들처럼 기술문명의 혜택을 누릴 만큼 누리다가 망할 때 되면 함께 망한다는 생각이다. 자기 하나 어쩐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는 이런 태도는 전연 지식인답지 못한 태도이다. 거기에는 무책임과 이기심과 短見이 발견될 뿐이다. 또한 이런 태도는 생태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절박하게 느끼지 못한 소치이기도 할 것이다. 온산 공단의 주민들이 겪은 환경오염의 피해를 직접 겪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리는 만무할 테니 말이다.
사실 생태문제는 ‘말’이나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이며 ‘실천’의 문제이다. 말이나 생각만 그럴 듯하게 하고, 생활과 행동은 딴판이라면 그건 진실되지도 못할 뿐더러, 별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실천을 위해서는 올바른 생각이 필수적이다. 오늘의 논의는 이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생태주의에도 여러 방향이 있다. 우리가 반독재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70년대에 벌써 서구의 지식인들은 에콜로지와 씨름하면서 깊이 있는 사유를 내놓기 시작했다. 여기서 서구에서 제기된 에콜로지의 여러 노선을 검토하거나 그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저는 다만 국문학을 연구하는 學人으로서, 우리 고전 작가들의 사상에 內藏된 생태적 지혜를 조금 소개하고 그 의미를 오늘날의 상황에 비추어 함께 반추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생태문제는 산업사회에 와서 제기된 문제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로 산업화가 진전된 70년대 이후에야 현실적 문제로서 제기되는데,前근대사회의 문인·사상가들에게서 무슨 생태주의적 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지요.물론 전근대사회의 문인·사상가들이 오늘날 산업사회의 우리들처럼 생태문제를 ‘반성적’으로 인식하거나 ‘생태주의’를 하나의 주의·주장으로 제창하지는 않았다. 또한 전근대사회의 문인·사상가라 해서 다 높은 생태적 정신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 중의 일부가 제기한 삶·예술·자연에 대한 관점은 오늘날의 우리를 주눅 들게 하기에 족할 만큼 생태주의적 원리에 충실하며, 또 깊고 근원적이고 전일적인 생태주의적 정신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오히려 이들의 마음을 통해 우리는, 대단히 중요하고 본질적인 마음인데도 우리가 산업사회에 와서 잃어버리거나 희미하게 밖에 갖고 있지 못한 어떤 마음을 되찾거나 환기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근대, 근대, 근대 이후를 막론하고 인간의 근원적인 마음은 서로 통할 터이다. 진정한 문학과 예술은 바로 이런 마음에 바탕을 두기에 시대를 넘나드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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