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나 실제로는 후보들이 제기하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후보들이 선거에서 중요 의제(agenda)를 설정하고, 언론은 이를 확산시키는 역할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언론이 스스로 중요 의제를 개발하여 확산시키기도 하지만 후보들이 제기하는 의제에 비하면 양적으로 소수이며, 공중들이 제기하는 의제는 그야말로 극소수이다. 이와 같이 후보들이 제기하는 의제(candidate agenda)나 미디어 의제(media agenda)에 비해 공중 의제(public agenda)가 언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결국 선거과정에서 공중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점이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언론은 공중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이를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이들 공중의제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과 반응을 비교 보도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이름으로 묻는 질문에 대해 훨씬 적극적이고 성의있게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형의 취재보도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시민저널리즘(Civic Journalism) 또는 공중 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의 정신과 부합하는 것이다. 시민저널리즘이란 간단히 말해 일반 공중의 관점에서 선거보도를 하고, 선거보도 과정에 일반 공중을 참여시키는 저널리즘을 말한다. 지역주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지역현안과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활용함으로써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주민들과 같이 호흡하는, 그리고 주민들이 주도하는 선거보도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공중의제는 언론이 여론조사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개발한다. 따라서 언론은 단순히 후보들의 지지도만을 위한 여론조사를 줄이고 공중들이 중요시하는 정책이나 이슈를 개발하는 여론조사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선거여론조사가 후보 지지도 조사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되고, 특정 이슈나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알아보고, 새로운 선거 이슈 개발을 위한 여론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소수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심층적인 정보를 얻도록 해야 한다.
우리 언론이 실시하는 여론조사의 약 97%가 후보의 지지도와 선거판세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이다. 이러한 경마식 저널리즘을 지양하고 정책과 이슈 중심의 선거캠페인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의견에 경청해야 한다. 선거의 주인공이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선거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중요 이슈나 정책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일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라고 하겠다. 여론조사를 통해 새로운 정책이나 이슈를 발굴하는 한편으로 후보들과 언론이 제시한 의제들을 나열하고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이것들에 대한 중요도 인식을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수백 명,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는 단순 정보만을 얻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와 함께 10여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자주 가짐으로써 질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얻도록 하여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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