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기준이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하여 헌장 제7장(39조-51조)에 의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보리는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에 관한 제1차적 책임기관으로서 ‘국제평화 및 안전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기 혹은 침략행위“에 대한 제재여부를 결정, 또는 권고한다. 필요한 경우, 경제적 제재를 포함한 비군사적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것이 불충분한 경우 유엔의 ’치아‘라고 할 수 있는 군사력 사용을 할 수 있다. 유엔이 취하는 제재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무기금수와 경제제재이며, 경제제재의 주요내용은 석유금수, 해외자산동결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필요한 경우 제한적 혹은 전면적인 군사제제를 취할 수도 있다.
Ⅹ. 결론
WTO의 타결 전에는 경쟁정책을 도입하더라도 시장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맞게 시장이 설계될 수 있었으나, WTO 최종안의 발효는 글로벌 경쟁레짐을 한국시장에도 설립하여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즉 과거에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해 오던 정부의 정책수단이 상당부문 제약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WTO하에서 시장의 세계화는 정부가 초기 정보통신시장의 시장진입을 통제하기 위해서 구사해오던 외국인 지분제한, 통신서비스업자와 통신장비업자의 교차적 사업진출제한, 정부보조금, 정부조달정책, 접속과 요금규제정책에 상당부분 제약이 있게 됨을 의미했다. 더구나 1997년의 금융위기는 한국의 산업정책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IMF 구제금융은 정통부가 시장으로부터 후퇴하여 경쟁적 시장경쟁의 규제자(regulator)로 자처하도록 유도하였다. 시장운영의 주도권이 경쟁정책의 전면화 이후 국가를 떠나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국가의 역할은 전략적 산업육성을 위한 시장개입보다는 시장의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 정부는 시장을 조성하는 초기의 정책에서 시장의 효율성을 증가하기 위해서 시장지배적인 사업자에 의한 시장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경쟁정책으로 전환하였다.
시장형성기의 경쟁정책이 선택적 시장의 보호와 지원, 점진적인 자율성강화를 위한 것이었다면, 새로운 정책은 시장의 보호와 지원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운영방식이 변화하였다. 시장의 발전은 시장자체의 자율성 강화를 위한 경쟁정책의 도입을 고려한 정책과 제도적인 정비를 필요로 함을 인식시켰다. 첫째, 이 시기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설립하여 시장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기업결합을 금지하고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계열사간 채무보증제한 제도를 신설(1992)하고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강화(1994) 등 시장경쟁의 강화를 위한 제도가 정비되었다(이연호 외 2002). 둘째,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와 신규사업자의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통신위원회의 강화를 통해 정부의 시장감독기능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전략적 산업육성이라는 정책목표를 포기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경쟁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자 한 것은 글로벌 거대기업이 탄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사업자에게 엄격한 독과점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국내기업의 국제경쟁력의 제고에는 장애가 된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세계시장의 경향은 반독점법(anti-trust)을 가장 엄격하게 적용해온 미국조차도 정보통신에 있어서 반독점규제를 완화하여 독과점 판단의 예외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마인섭 2001, 235).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제약을 완화하여 전략적 동맹이나 M&A를 통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권장하였고, 적대적인 인수합병까지 인정하였다. 인수합병에 관한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자 국내통신회사는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경쟁을 축소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적으로 공정한 시장경쟁을 확보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독과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또한 , 신규진입자의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비대칭규제’의 논리도 국내통신장비산업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위해 활용되었다. 통신사업자가 통신사업에 진출하는 경우 정부에 내는 출연금을 차등적으로 지불하게 한다든가(출연금차등제), 사업자의 주파수 총량을 제한한다든가(주파수 총량제),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규제하는 장치를 이용하여 국가의 시장개입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통신시장에의 경쟁도입은 사업자간의 경쟁을 격화시키면서 과거의 지배구조로는 유지할 수 없는 그 자체의 역동성을 창출하였다. 먼저, 전면적 경쟁정책의 도입은 세계시장과 국내시장의 통합을 더욱 가속화하여 통신산업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힐즈(Hills)가 주장하듯이 정보와 통신 전송 네트워크, 통신장비의 통합이 비교우위를 가지게 되자 국제시장은 곧 국내 시장의 확대가 되었다(Hills 1986, 194). 둘째, 통신시장의 통합은 기업경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게 되었다(Tyson 1992). 이제 통신 사업자들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국경을 벗어나 사업을 확대하면서 사업의 통합이나 전략적 동맹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투자위험을 회피하려는 전략을 꾀하게 되었다. 정보통신시장의 통합과 더불어 거대화된 통신기업이 탄생하기 시작하였고, 세계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도 재정과 사업경영에서 세계적인 사업자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경제위기 이후 경제적 자유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율적 경쟁시장의 실현을 위해 경쟁정책이 강화되기도 했지만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독과점 판단의 예외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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