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은 노동자들이 헌신적으로 생산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그 대가로 기업가들은 노동자들한테 상당한 정도의 고용보장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약속한다. 이러한 사실은 기계제대공업 하에서 노동자들이 소모성 부속품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마르크스의 지적과는 일정정도 거리가 있다. 이리하여 도요타생산방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노동자\'가 등장한다. `구상과 실행의 분리\'라는 포드주의적 경향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의 배타적인 지배가 일정부분 약화되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생산과 관련한 노동자들의 책임과 자율이 상당부분 향상되기 때문이다. 또 예전의 노동자들은 정보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노동자들이 생산과 관련된 기업 내 정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도 상당히 고무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은 `노동의 절약\'을 추구한다는 어두운 측면이 있다.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평가받는 제너럴 일렉트릭사(GeneralElectric)의 경우 잭 웰치(JackWelch)회장 재임기간동안 고용인원이 40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줄었다.
노동의 절약은 도요타생산방식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 이슈에 관해서는 부연이 필요하다. 도요타생산방식과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은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공장자동화, 사무실자동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제가 되어있다. 때문에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의존한 노동절약의 극단적인 형태인 완전자동화공장의 가정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동기계는 결국 노동자들을 생산현장에서 모두 몰아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엔지니어가 기계를 설치하고, 프로그래밍만 해주고 나면, 미숙련 노동자들이 원료제공, 환경정리, 윤활유 공급과 같은 간단한 일만 처리해도 공장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알렝 리피에츠는 그러한 노동편성을 네오 테일러주의라고 부르는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시도해 보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작업조직의 극단적인 형태가 무인공장이다. 그러나 완전자동화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경제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것은 오히려 신화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무인공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나친 자동화가 이득보다는 손실이 많다는 사실을 이미 적지 않은 기업가들이 깨달았다. 기계는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도움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자동화된 작업장에서도 기계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기계는 마모되고 고장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흥미 있는 사실은 정교한 공장설비는 그다지 정교하지 않는 설비보다 고장나기도 쉽다는 점이다. 한 공장의 자동화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설령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고정비용이 급상승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사람을 쓰는 것이 훨씬 경제성이 높다. 무인공장설비의 제작과 설치도 비용이 많이 들지만 유지비용도 매우 높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완전한 자동화란 기계의 한계생산비용을 뛰어넘는 자본의 비합리적 지출이 되기 쉽상이다.
다음은 기계의 마모가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는 문제가 있다. 기계는 사용됨에 따라 물리적으로 낡게 된다. 그러나 경쟁적 경제체제에서 더욱 중요한 점은 마르크스가 기계의 `도덕적 마멸\' 혹은 `사회적 마모\'라고 불렀던 현상이다. 동일한 기계일지라도 보다 저렴한 비용에 생산된다면, 또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더욱 향상된 기계가 출현한다면 기계는 순식간에도 낡아버릴 수 있다고 마르크스는 지적하였다. 기계설비란 항상 이러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완전 자동화된 공장들은 궁극적으로 지나친 투자경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러한 투자경쟁은 궁극적으로 이윤율을 낮추게 될 뿐이다.
또한 기계란 것이 끊임없이 조절되고 개선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올라갈 수 없다. \'무인공장\'에서는 그러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것은 가까운 미래에까지는, 완전히 인간을 닮은 로봇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오직 노동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인간만큼 유연한 로봇을 만드는 일은 언젠가는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겠지만, 아직 그것은 공상과학소설의 영역이라는 편이 정확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무인공장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은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바로 생산과정의 현장에서 직접적 노동자의 창의, 아이디어를 실시간대에(real-time) 동원하는 설비의 선택일 것이다(리피에츠1993:147).\"
예컨대 현재 산업로봇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로봇의 보유대수는 전 세계의 총 57만1800여대 중 61.1%인 34만9500대에 달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4만7천대, 독일은 3만9400대, 한국은 4900대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러한 일본의 생산방식을 주도해 가는 도요타자동차의 최신 생산라인에서 로봇의 도입이 절제되고, 사람과 로봇을 적절히 배치하는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발견된다. 자동화를 통한 인력의 절감(省力化)은 일반적인 경향이지만 앞으로 상당한 기간동안 자본의 선택은 노동자의 지식과 기술적 능력을 높여 기계를 다루게 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도의 테크놀로지와 높은 숙련의 인간 노동의 결합이 자본의 선택이라면, 우리는 지난 세기 맑스가 이론적으로 예측했고, 포드가 현실로 실천해낸 실행과 구상의 분리라는 자본주의의 경향은 반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예측할 수 있다. 도요타생산방식과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은 그에 대한 증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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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권(2005) - 도요타의 기업문화, 한국기술사회
임재화(2011) -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도요타 생산시스템 적용수준에 따른 경영성과 연구, 한국경영교육학회
정철화(2006) - 도요타에서 배우는 경영혁신의 노하우, 국방품질관리소
정일구(2008) - 도요타처럼 생산하고 관리하고 경영하라, 시대의창
MY NEWS JAPAN 저, JP NEWS 역(2010) - 토요타의 어둠, 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