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경영자들과 기업의 핵심 노동력간의 타협의 결과로서 선택된 기업수준 노사관계 전략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갖는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전략이 경영과 핵심노동력 양측의 선호를 충족시키게 될 경우 기업복지는 선택적 통합 전략으로서 기업내에 뿌리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선택성과 통합성이 결합된 선택적 통합성은 그 속에 포함된 조직의 멤버들, 그리고 기업복지를 제공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우선 기업복지의 수혜 대상이 된다는 것은 조직 멤버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조직원 개인으로서는 자신이 조직에 머무는 동안 받거나 기대하게 되는 기업복지의 내용은 노동자들을 장기간, 혹은 전생애에 걸쳐 기업을 위한 활동에 몰입하도록 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멤버로서 자신의 삶이 영장되는 한에 있어서 기업복지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게 되므로 개인의 선호를 복지제도에 맞추어 나가게 될 것이다. 종업원이 그 직장의 정규 멤버로 존재하는 한 그의 평생에 걸쳐 기업복지가 장기적으로 제공된다면, 종업원들은 개인의 선호를 조직의 선호와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개인과 조직의 선호가 장기간에 걸쳐 유지되는 이른바 ‘장기적인 상대적 거래 관계’(longterm relative exchange relations)가 조직과 조직 성원 사이에 형성되게 된다.
이와 같은 관계가 장기간에 걸쳐 구조화될 경우 조직과 개인은 일정한 ‘협조적 게임’(cooperative game)의 규칙과 관행들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 협조적 게임이 구조화될 경우 조직과 개인은 다 같이 일정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조직으로서는 숙련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개인으로서는 고용 및 생활 안정을 바탕으로 조직에 대한 ‘헌신’(commitment)을 제공하게 된다. 기업을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제도화된 복지 시스템이 개인의 선호와 조직의 선호를 장기간에 걸쳐 결합시키는 안정된 선택적 통합의 기제로 제도화될 경우 기업복지는 선택적 통합 전략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로날드 도어(Ronald Dore) 같은 사회학자는 ‘선의’(good will)의 제도화로 표현하였고(Dore, 1987), 아오키(Aoki) 등은 이를 ‘협조적 게임’의 인센티브 기제로 묘사하였던 것이다(Aoki, 1988).
선택적 통합성의 원리는 기업복지의 핵심적 원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복지는 처음부터 구조적 선택성의 원리에 의해 작용하므로 그 성격상 몇 가지 점에서 자체의 딜렘마를 안고 있다. 기업복지가 안고 있는 딜레마는 기업 그 자체의 문제 보다는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 특히 기업복지가 추구하는 기본 원리와 사회복지의 보편적 원리 사이의 모순과 갈등에서 나타나게 된다.
우선 기업복지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안정된 시장 환경과 기업의 독점적 지위에 바탕을 둔 안정된 시장 환경, 그리고 이로부터 만들어지는 ‘독점 지대’(monopoly rent)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기업복지는 장기간에 걸친 조직과 개인간의 장기적 상대거래 기제의 하나이다. 이러한 장기적 상대거래 관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안정된 ‘수입원’(revenue)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안정된 수입원은 장기적으로 안정된 시장지위를 누릴 수 있는 조직에서만 가능하다. 기업복지가 독과점 사업체나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발전한 기업의 안정적 시장 지위가 ‘복지 체제’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것을 뒤집어 볼 때 독점지대나 안정된 수입원이 소멸하는 경쟁 상황이나 불확실한 시장 조건이 도래하게 될 때 기업복지 체제의 성곽은 의외로 쉽게 무너지거나 급속히 축소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외견상 매우 단단한 것처럼 보이는 안정된 고용 상황이 외부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급속히 와해되거나 축소되는 사례들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기업복지는 그 제도화 자체가 ‘사회적 폐쇄회로’(social closure)의 형성을 의미하게 된다. 기업복지는 그 성격상 기업의 멤버십을 전제로 한다. 이 경우 기업에 속해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구조적 선택성의 원리가 작동한다. 즉 기업의 정규 멤버가 되는 경우는 기업복지의 수혜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이로부터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이미 그 자체에서 구조적 선택성을 전제로 하는 상황에서 기업복지는 기업에 대한 정규 멤버십을 갖지 못한 성원들에 대해서는 차별화의 기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선택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배제성의 논리가 기업의 정규적 멤버들을 제외한 여타의 성원들에 대해 사회적 폐쇄회로의 형성으로 이어지게 될 때, 기업과 사회, 혹은 기업과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계층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업복지의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기능은 사회적 폐쇄회로의 형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 폐쇄회로는 그 자체에서 일정한 자기 모순을 안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기업복지가 안고 있는 이러한 모순적 측면은 개별기업 내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차별화를 나을 수 있으며, 기업간 관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고, 지역사회 내에서는 ‘기업사회’(company society)와 ‘지역공동체’(community)간의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서 기업복지가 안고 있는 자체의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보편주의’와 ‘특수주의’간의 갈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참고문헌
김인수 - 기술혁신을 위한 기업조직구조, 한국개발연구원, 1979
박용삼 외 1명 - 기업 소유구조와 사회적 책임투자간 관계에 대한 실증 분석, 한국경영과학회, 2008
박준식 - 한국 기업복지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연구, 현대사회연구소, 1996
송원희 - 중소기업의 자본구조에 관한 실증적 연구, 청주대학교, 2010
전상호 - 기업경영구조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경성대학교, 1998
한진환 외 1명 - 윤리경영과 기업성과간 기업지배구조의 조절효과, 한국디지털정책학회,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