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의 심리와 함께 \'옥임\'의 심리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그들이 모두 현실을 살아가는 개성적 인물들 중의 하나일 뿐임을 그리고 있다. \'옥임\'의 남편이 친일파인 점을 중시한다면, 작가는 가난하면서도 지조를 지켜 새로 찾은 나라를 위해 정치 일선에 나선 \'정례 부친\'을 긍정한다고 보기가 쉽다. 그러나 \'정례 부친\'도 무위도식을 일삼다가 급기야는 어수룩한 자동차를 가지고 \'옥임\'이를 사기 쳐 먹을 궁리나 하는, 그렇고 그런 인물일 뿐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친일파나 소시민을 작품의 제재로 채택하되 그 역사적 의미를 따지는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정(市井)에서 사소한 일에 매달려 꿈과 이상을 잊은 채 오늘을 살고 있는 서민들의 세태와 애환인 것이다. 작품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던 \'정례 모친\'이 남편의 사기 칠 계획을 듣고도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들도 결국 경제적인 문제를 초월할 수 없는 평범한 인간임을 증명하고 있다.
[두 파산]의 표현상 특징으로는 첫째로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의 태도와 심리를 실감 있게 그렸고, 둘째로 긍정적 인물에게도 어수룩하고 공갈친 점이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은연중에 부정과 풍자의 효과를 얻고 있으며, 셋째로 풍부한 경기 지역 사투리를 능란하게 구사함으로써 현실감을 돋보이게 한다.
Ⅵ. 염상섭 단편소설 두 파산의 작품감상
이 소설은 두 여자의 정신적인 파산과 경제적인 파산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하고 있다. 작가는 정신적인파산과 경제적인 파산 둘 중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유보한 채 삶의 모습을 객관적으로만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경제적인 파산역시 사람을 황폐하게 하고 무척 힘들게 하지만 정신적인파산보다는 덜 심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정신적으로 파산한 옥임이는 돈놀이에 재미를 붙이면서 정례어머니에게 창피를 주고 교장에게 빚을 갚으라고 한다. 정례어머니는 남편의 사업실패를 예견하고 집을 담보로 하여 문방구를 내지만, 물건이 턱없이 부족해 장사가 되지 않아 옥임이에게 돈을 꾸게 된다. 그러나 남편의 자동차 사업실패로 인해 빚의 이자조차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옥임이는 길거리에서 동창인 정례어머니에게 창피와 모욕을 준다. 그러한 것을 통쾌하게 생각하는 옥임이는 고리대에 재미를 붙여 점점 돈에 찌들게 된다. 정례어머니는 정신적 파산을 하고 옥임이를 보며 한탄한다. 해방직후에 도덕적, 경제적인 가치의 혼란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두 여자의 모습은 오늘날의 사람들의 가치전도현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를 모르는 옥임이같은 사람의 행동, 돈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가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옥임이의 행동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옥임이라는 여자의 물질에 집착하고 정신을 돌보지 않아 점점 더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인물의 정신적인 파탄이, 정례모친의 옥임이에게 빚을 진 까닭에 경제적으로 파탄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요즘 신용불량자들이 파산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한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카드를 긁어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게 소비를 한 까닭에 결국 경제적으로 파산을 한 것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파산을 하였다하더라도, 정례어머니처럼 자신의 정신만큼은 올바르게 돌볼 줄 안다면 그들은 완전한 파산을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보화시대로 나아가면서 자꾸만 사람들이 정말 소중히 여겨야할 가치를 다른 것으로 전도시켜 올바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노라면, 매우 안타깝다. 정신적인 파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변하게 되는 과정 속에 돈이 끼어있다는 사실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어서 정신을 차리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면 정신적인 파산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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