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때 참다운 정신분석적 경청이 가능해진다.
4. 공감
프로이드는 그의 저서에서 분석가가 내담자의 무의식적 감정과 사고와 소망을 이해하려면 내담자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자주 강조했다.
분석가는 분석 장면에서 심층적인 공감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을 한 가정(assumption)으로서 간직하고 적당한 자료가 충분히 모였을 때, 적당한 상황에서 해석하기 위해서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5. 버텨주기(holding)
<버텨주기(holding)>는 “내담자가 지금 체험하고 있거나 혹은 뭔가 막연하게 느끼기는 하지만 감히 직면할 수는 없는, 끝없이 깊고 깊은 불안과 두려움을 분석가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분석과정 안에서 적절한 순간에 적합한 방법으로 전해주면서, 내담자에게 큰 힘으로 의지가 되어주고 따뜻한 배려로 마음을 녹여주는 것을 의미한다(Winnicott 1963). 위니코트는 버텨 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무엇보다 내적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안정시켜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모델로 한다.
이것은 분석가가 내담자를 받아들이는 것, 일관성 있게 대함으로써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내담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내담자의 정동과 감정에 전문가로서 진실한 반응을 하는 것, 분석가가 자기의 소망이나 요구는 배경에 두고 무엇보다 내담자의 참된 요구와 소망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있는 것, 내담자가 못살게 굴더라도 내담자에게 복수를 하지 않는 것, 내담자가 혼란스럽고 길을 잃은 것 같을 때나 미칠 것 같은 상황에서 현실과 환상 세계를 무리 없이 구분하고 정리해서 분명하게 해주는 것 등은 내담자를 버텨 주는 필수불가결한 환경이 된다. 이렇게 하여 전문가로서의 분석가는 내담자 비위만 맞추는 우매함을 범하지 않고서도 내담자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6. 간직하기(containing)
분석가는 내담자가 두려워하는 모든 정동, 충동과 체험 등을 간직하여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분석가는 내담자에게 항상 좋고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또 적당한 간격을 가지고 내담자의 갈등을 해석하는 고상한 역할만을 하기보다는 내담자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 견디는 사람이다. 초기장애에 시달리는 내담자들은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분석가에게 강한 감정과 정동을 유발시킨다. 분석가는 이러한 감정이나 정동을 즉시 날것으로 반응하지 않고, 마음에 간직하여 뜸들이고 길들여서 위험하지 않도록 변화시킨다. 분석가는 이렇게 완화된 감정과 정동을 내담자가 준비되었을 때 해석을 통하여 전달하게 된다. 내담자는 어느 날 분석가가 해준 역할을 스스로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 기법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분석가가 심한 좌절을 견디어 낼 수 있고 강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7. 해석(Deutung, interpretation)
정신분석의 가장 특징적인 기법 중의 하나로 해석이 있다. 프로이드가 꿈을 해석함으로써 정신분석 치료 역사에서 처음으로 그 예와 모델을 보여 주었다.
올바른 해석이 이루어지기까지 걸린 준비기간과, 해석을 통해 통찰에 이르고 이것을 행동화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해석과정이라고 한다. 정신분석과정에서 구체적인 하나의 해석은 이러한 과정의 작은 한 부분이다. 이 해석과정은 대체로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⑴ 내담자를 어떤 특정 사실이나 체험과 직면(confrontation)하게 한다. ⑵ 직면한 사실이나 사건, 의미 등을 더 날카롭게 초점을 잡아 명료화(clarification)한다. ⑶ 좁은 의미의 해석으로, 분석하는 여러 상황과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헤아려 보고, 뭔가 짐작한 것과 유추한 것 등을 커다란 의미종합 속에서 추론하여 내담자에게 말로 전하게 된다. ⑷ 훈습(Durcharbeiten, working-through)이란 분석과정에서 해석된 것을 통합하고 해석과 더불어 유발된 저항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내담자가 억압된 것을 받아들이고 강박적인 반복현상에서 자유로워지게 하는 과정인 것이다.
Ⅶ. 결론
정신분석학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적어도 서양에서는 인간을 내면적으로 깊이 인식하고 문화와 사회를 다차원적으로 이해하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또한 정신분석학은 최초의 심리치료방식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덜어주고 해방감과 성장의 기회를 열어 주었다. 그러나 프로이드는 정신분석학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의심과 비판의 과녁이 되기도 하였다. 그는 이러한 현상에 괴로워 했고 때로는 독선적이 되기도 하였지만, 근본적으론ㄴ 비판과 저항이 정신분석학의 발달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정신분석학이 유행처럼 퍼지는 것을 두려워하였고, 사람들이 이 학문을 피상적으로 이해아여 다른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그는 인간과 문화의 성숙과 발전은 각자가 진정한 자기 자신을 만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보았다. 프로이드 스스로도 자기분석을 하였으며, 훈련분석(Lehranalyse)을 받는 것은 오늘날도 분석가가 되기 위한 기본조건에 속한다.
정신분석학에 의하면, 모든 심리장애, 심지어는 정신병까지도 개인 당사자에게는 갈등을 해소하고 결핍을 보상하려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 무의식적 기능과 의미를 내담자 편에서 수없이 판단 없이 이해하고 수용하며 정확한 언어로 담아낼 수 있을 때 구조적 변화가 가능해진다. 이것은 영혼의 밭을 일구는 작업으로, 이를 통해서 내담자 안에서는 지금까지의 비효율적이던 지각의 장과 형태가 달라지고, 자기에게 진정 유익한 것을 유익하게 받아들이는 내적 준비가 갖추어지게 된다.
우리는 프로이드의 이론과 치료실제에 대한 가르침을 단순하게 모방하거나 그를 숭배만 한다면, 이는 오히려 그 학문의 진수를 흐리게 하고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과제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치료를 하고 이론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과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이론의 유용한 공통점과 차이점도 명확히 규명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