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시설과 기숙사 시설을 짓도록 하여, 가능한 깨끗한 환경과 함께 삶의 높은 질을 제공하였다. 이종한(1992).『 청지기 유일한의 버드나무길』(서울:태성), p.261.
6. 유일한 리더십의 분석 및 평가
1) 자수성가한 리더임
유일한의 아버지는 일한이 9살이 되자, 용돈도 주지 않고 미국으로 보냈다.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나라고, 장차 이 나라에 쓸모 있는 제목으로 키우고자 하기 때문에 어린 유한을 먼 타국으로 보내고자 결심했던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잊지 않고 유한은 열심히 공부하여 미시건 대학의 상과를 졸업했으며, 대학동창 스미스와 동업으로 숙주나물 통조림을 생산하는 라초이 식품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성공을 이루었다.
2) 사익만을 추구하지 않고 공익을 추구함
초창기의 유한양행에서는 약품만이 아니라 국민건강과 직결된 여러 제품들을 수입, 생산하였다. 그 예로 화장지, 생리대, 럭스, 아이보리비누, 치약 등의 다품목을 수입한 것을 들 수 있으며, 얼마 뒤에는 농기구와 염료, 페인트까지도 수입하였다. 사업의 품목을 정하는 것을 단지 기업의 이윤추구의 면에서만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국민 기초생활의 보장을 위한 품목을 우선적으로 선정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3) 청렴한 기업정신
유일한은 일제치하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많은 압력을 받았다. 일제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던 유한양행을 어떻게든 사소한 빌미라도 잡아 아예 없애버리고 싶어 했는데 법을 가지고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던 일제는 그것을 마음대로 없애버릴 수 없었다. 때문에 세무사찰을 통해 빌미를 잡으려고 했는데, 평소 유한양행은 유일한의 방침에 따라 세금을 확실히 내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해방이 되 이후에도 유일한의 이러한 기업정신은 이어졌다. 박정희 정권이 기업가들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했지만 유한양행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치자금을 통해 권력과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국세청에서 강도 높은 세무사찰이 들어왔다. 하지만 한 달 동안이나 조사해도 탈세 사실을 밝혀내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세무서 직원들이 이렇게 깨끗하게 장부를 정리하고 정확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기업이 한국에 있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4)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유일한은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며 사회와 종업원의 것이다.' 라는 기업이념에 입각하여 기업을 경영하였다.
'정성껏 좋은 상품을 국가와 동포에 봉사하고 정직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재를 양성 배출하며 기업 이익은 첫째,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둘째는 정직하게 납세하며, 셋째는 그리고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한다.' 등의 유일한의 신념에서도 기업을 자신의 재산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회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정신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유일한의 유언장의 내용이다. 유언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일선의 딸, 즉 손녀인 유일링에게는 대학 졸업시까지 학자금으로 1만불을 준다.
둘째, 딸 유재라에게는 유한공고 안에 있는 묘소와 주변 땅 5천 평을 물려준다. 그 땅을 유한동산으로 꾸며주되 유한동산에는 결코 울타리를 치지 말고 유한 중, 공업고교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여 그 어린 학생들의 티 없이 맑은 정신에 깃든 젊은 의지를 지하에서나마 더불어 느끼게 해달라.
셋째, 자신의 소유 주식 14만 941주는 전부 ‘한국 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
넷째, 아내 호미리는 재라가 그 노후를 잘 돌보아주길 바란다.
다섯째, 유일선(아들)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거라
유일한의 유언장이 공개되자 언론매체에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모든 소유를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에 고스란히 환원한 유일한의 결단과 정신은 우리사회에서 두고두고 귀감이 되고 있다.
Ⅲ. 결론
그가 살았던 시대는 격동의 시대였고 그 또한 그 시대상황 속에서 자유로운 운명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토록 험난한 시대를 살았던 그가 그런 뜻 깊은 일을 함으로써 오히려 그의 삶은 더욱 빛나게 되었다. 그는 시대에 맞춰 신념을 발휘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시대를 끌어 담은 사람 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였기에 그 리더십은 고귀하고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와 귀감을 던져주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의 신념과 리더십은 21세기의 오늘날에도 아직까지 옛 악습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한국의 기업들에게는 큰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분명 그가 살았던 시대와 오늘날의 시대는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외부자본이 들어올 경우 경영이 외부의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자기자본에 의한 경영원칙을 고수했다. 그리고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기업이윤을 회사에 재투자하기보다는 사회 환원을 함으로써 확대재생산이 어려웠으며 정치권력과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유한양행이 일제시대와 해방초기에 유지하던 기업의 선두를 다른 기업들에게 내준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한양행에서 유일한 박사가 제시한 기업의 비전은 오늘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한양행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겨레’ 설문조사(2007년 9월10일자)에서 유한양행의 가장 부족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공격적인 마케팅’일 뽑았다고 한다. 반면 장점으로는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을 뽑았다.
따라서 그의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창조적으로 재수용할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는 그를 통해 더욱 배울 수 있고 동시에 그의 정신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유일한 박사 흉상의 명문이다.
‘건강한 국민만이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1926년에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는 오직 나라 사랑의 외길을 꿋꿋하게 걸어오신 참 기업가요, 독립운동가, 서구적인 교육가, 헌신적인 사회사업가였으며 평생 동안 사람과 희생을 통한 봉사가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후세에 알려준 위대한 민족의 스승이었다. ‘
그는 혼란과 격동의 시대에 진정한 청지기요, 그리고 아름다운 리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