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북유럽의 실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본서의 취지를 넘어서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본문 전체에 걸쳐서 북유럽에 대한 이탈리아 문화의 우위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저자의 주장이 맹목적인 이탈리아 우월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탈리아에서는 언제나 문학이 미술보다 앞서갔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언급했는데, 그 예시로 인간의 감정 표현과 풍속 묘사가 문학과 미술에 최초로 나타났던 시점에 각각 약 100년, 80년의 격차가 있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위에서 제기한 비판과 마찬가지로 이 주장의 입증 과정에서도 미술 작품의 사례를 좀 더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지난 150년 동안 제기된 다양한 반론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본서가 여전히 르네상스 연구의 이정표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르크하르트의 논지가 커다란 틀에서는 그 사실성과 타당성을 검증받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앞으로도 르네상스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논의는 계속될 것이므로, 이탈리아 르네상스 연구의 고전인 본서에 대한 비판적인 재검토 작업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