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 스위스, 일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은 천연자원의 보유가 극히 빈약한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활용하여 경제발전을 달성할 수 있었다.
끝으로 국가의 경제적 능력을 평가할 때 국민총생산량이라는 양적인 측면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는가라는 복지적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의 경제력이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을 높여 주고 국민의 만족감을 증대시켜 주면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져 궁극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돕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5. 정치적 능력
정치적 능력은 인구, 영토, 군사력, 경제력을 제외한 모든 국력요소를 포함한다. 특정 국가가 신봉하는 정치이념을 위시하여 정치제도, 정치적 정통성,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국가의 외교적 능력, 국민의 사기, 민족성 등 정치현상과 관련된 제반 요소를 포함한다. 이들 중 정치적 능력의 기본 요소로 정치이념, 정치적 정통성, 외교적 능력, 국민의 사기, 민족성 등을 차례로 설명한다.
첫째, 정치이념은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이념은 특정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역사적 체험, 문화적 전통, 정치적 가치관과 일치할 때 지지도가 높아진다. 국민들이 정당하다고 느끼는 정치이념에 따라 정치체제가 조직되고 국가정책이 실시될 때 국민에 의한 정치적 지지가 확대되고, 정치적 안정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정치적 정통성은 특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의미하는데 대체로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정부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되었는가라는 문제와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이상의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한쪽이 불완전하면 정치적 정통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정치적 정통성은 한 번 정해지면 변함없이 계속되는 개념이 아니고 특정 정부의 형성과정 및 실제적인 정책시행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개념이다. 애초 합헌적 절차를 거쳐서 조직된 정부는 정통성 화보라는 차원에서 유리하지만, 그 후 정책의 시행과정에서 정치적 정통성은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경로를 밟게 된다. 결국 합헌적 절차에 따라 정부가 수립되고, 합리적이며 복지증진적인 국가정책을 시행하면 특정 정부의 정치적 정통성은 확대될 수 있다.
셋째, 외교적 능력은 주로 특정 국가의 외교적 전통과 경험 그리고 정부의 교섭기술에 의하여 결정되는 문제인데, 탁월한 외교능력의 발휘는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높이는 측면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외교교섭은 정부의 정통성을 높여 주고, 정치적 안정을 도모해주기 때문이다.
넷째, 국민의 사기는 특정 시기에 국민이 처해 있는 정치적 심리상태를 의미하며,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높을수록 국민적 일체감과 단결심이 증대되고, 국민의 사기가 높아진다. 1949년 모택동이 중국을 공산화할 수 있었던 것도 부정부패와 탐관매직으로 혼란했던 장개석 정부보다 모택동의 공산군이 중국 국민의 정치적 신뢰감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심리상태인 사기는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된다. 1964년 월맹의 하이퐁 항구 근처 통킨만에 정박해 있던 미국 해군함이 폭파되자 미국 상원은 결의안을 통과시켜 미국의 월남전 개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1968년 월맹군과 베트콩에 의한 구정대공세로 사이공지역 미군사령부까지 위험한 지경에 따지자 월남전에 대한 미국 국민의 사기는 급격히 저하되었고, 미국 조야에서도 반전여론이 불일듯 일어났던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계속 변화하며, 이와 항께 국민의 사기도 변화된다.
다섯째, 민족성은 특정 국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격을 말하며, 동일한 역사적 체험을 바탕으로 오랜 세월을 통해 형성된 국민의 정치적 문화적 가치관이다. 언어, 풍습, 인종, 종교 등의 동질적 성격을 바탕으로 형성된 특정 국민의 행동양태와 사고양식이 바로 민족성이다.
민족성은 한국인, 러시아인, 일본인, 중국인, 미국인들로 분류하여 천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묘사될 때가 많으나, 사실상 민족성은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서 오랜 시대에 걸쳐 형성된 집단적인 가치관이다.
다시 말해서 민족성은 특정 국민이 천성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종족적인 개념이 아니고 동일한 역사적 체험과 정치적 경험을 통해서 후천적으로 형성된 가치관이다. 그러나 특정 민족이 가지고 있는 성격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되고 있으므로 필경 변화의 속도가 느리며, 따라서 특정 민족마다 고정된 성향이 있는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민족성은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거나, 고정된 불변적 요소라기보다 특정 민족이 처해 있는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 의해 시간적 공간적으로 형성된 집단의 성격일 뿐이다.
고대 동양사회에서 한민족은 가장 윤리적이며, 가장 예의바른 민족사회를 창조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한민족은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양 3개국 중에서 가장 군자의 나라에 가까운 민족사회를 전설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마천의 중국 사기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고대 한민족사회를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했다:
한민족은 횐 옷을 즐겨 입고, 예의 바르며, 부지런하고, 명절에는 모두 춤과 노래를 함께 즐기는 아름다운 풍습을 가지고 있다.
고대 한민족은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고 상부상조하는 민족사회를 형성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세기 초 일본의 침략을 받게 되면서 식민지 통치를 경험하게 되었고, 일시적이나마 한국인들은 자조적인 성격을 표출하였으며, 한국인의 민족성 자체가 비굴하고 부정직하며 단결심이 부족한 것처럼 비하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초 한국인들은 회기적인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민족적 자긍심을 되찾게 되었고, 정직하고 부지런하며 예의바른 민족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근면성, 정직성, 인내력, 단결력 등으로 구성된 민족성은 정치이념, 정치적 정통성, 국민의 사기, 외교능력 분야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함으로써 국력의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