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았는가를 묻게 되고, 그 선택의 표징을 찾게 되었으며, 자기가 선택받은 자임을 확신하기 위해 금욕적 노동에 충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베버는 칼빈주의의 직업관과 예정론이 근면하고 검소하고 절약하는 인간형을 형성했으며, 그런 사람들에 의해 자본주의가 발달했다고 주장했다.
막스 베버를 이어 트뢸취는 ‘기독 교회와 집단들의 사회적 교훈들’에서 베버의 주장을 받아들여 칼빈주의의 직업관과 예정의 확증을 위한 금욕적 노동, 그리고 이와 결부되어 나태를 금기시하고 소득 획득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보는 가르침이 자본주의의 발달에 공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뢸취는 칼빈주의에서는 노동과 이익이 순전히 개인적 유익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으며 자본가는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자본을 증가시켜 자기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액수만 쓰고 나머지는 사회 전체의 유익을 위해 써야 한다고 가르침으로써 기독교 사회주의적 요소를 품고 있으며 그것은 후에 기독교 사회주의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엘러는 ‘칼빈의 경제사회적 사상’에서 베버의 논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베버가 언급한 칼빈주의는 칼빈의 칼빈주의가 아니라 칼빈의 사상과는 다른 후대의 칼빈주의자들의 사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칼빈의 경제 사상과 윤리는 “각자로부터 그의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 그의 필요에 따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런한 칼빈의 사상을 인격주의적 사회주의로 명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칼빈의 가르침에는 사유재산 제도를 인정하고, 상공업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시장 경제 체제와 사업상의 이윤을 인정하고, 사업 자금에 대한 이자를 인정함으로써 금융업을 인정하는 등 자본주의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기금을 늘려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면서, 사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며, 구빈원에서 환자와 나그네와 가난한 자들을 보호하며, 공립 학교를 세워 가난한 가정의 아동들을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사회주의적인 면도 있다. 이런 점에서 스스로 칼빈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옹호자가 될 수도 있었고, 기독교 사회주의의 옹호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다 칼빈주의에 충실한 것은 아니었다. 칼빈주의는 이 둘을 포괄하고 극복하는 것이며, 그리하여 이 둘 중의 어느 편도 아니다. 칼빈주의는 자본주의도 기독교 사회주의도 아니라 그 나름의 독자적 경제 윤리를 가진 독자적 사상체계이며, 그 둘에 대한 이상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VI. 나가는 말
교황과 교황권으로 대표되던 로마 가톨릭의 스스로의 내분과 이로 인한 종교개혁은 결국
당시 가톨릭 교회가 바울의 십자가 신학과 예수 그리스도의 윤리를 저버린 당연한 귀결이
었다. 10-11세기에 출현한 클뤼니 수도원과 시토 수도원 그리고 12-13세기의 개혁교단인
프란체스코(Francesco) 수도원과 도미니쿠스(Dominicus) 수도원들의 자정 노력이 있었으나
이 운동은 교황청의 개혁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이 경우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웠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사회과학적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들은, 십자가 신학과 그리스도의 윤리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는 최근의 한국의 대형 교회와 그 교회의 목회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클 것이라고 본다.
한편, 이성의 역할과 방법을 받아들이고 의존하는 루터의 현실주의적 윤리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고백을 바탕으로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삶(Imitatio Christi)의 칼빈의 신정론적 윤리를 21세기의 환경에서 과연 우리가 어떻게 합목적적으로 그리고 합기능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이 발제를 마치며 우리가 진중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어느 한 윤리적 도그마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폐기하기 보다는, 마치 루터가 두 왕국을 인정하고 칼빈이 두 개의 정부를 긍정했듯이, 현대의 우리는 두 윤리의 양립성을 인정하고, 각각을 현실을 주도하는 힘으로 지혜롭게 사용하거나, 교회 공동체의 신앙훈련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다양한 세속의 사회구조와 체제 속에서, 더구나 복잡다원화한 종교 환경 하에서 더욱 합리적인 대화와 설득, 기독교 가치 변증을 위해서 이성적 방법에 의존하는 루터의 현실주의적 윤리는 불가피한 대안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신앙 고백의 이상을 설령 현실 세계에 강요하거나 부과시킬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참 그리스도인의 삶의 역동성으로써 칼빈의 신정론적 윤리는 신앙 훈련과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확고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그리스도인들은 루터와 칼빈의 윤리들을 발전적으로 병행시켜 현대인의 삶에서 그리스도인의 참 윤리를 살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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