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매디슨은 미국사회를 파당 중심의 국가로 봄으로써 미국사
회가 대단히 이질적 유동적 진화적인 것으로 평가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영원불멸의 유일한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언제나 파
당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유동적인 파당적 사회에서 정부는 균형적 메커
니즘, 즉 서로 경쟁하는 파당을 중재하는 중계자로서의 역할로 전락
되게 된다고 한다. 파당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거대한 희생 없이는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재건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통제될 수밖에 없고 바로 이 제도적 장치가 결국 정부인 것
이다. 이 정부는 먼저 피통치자들을 통제하여야 하고, 그 다음에 자
신을 통제하여야 된다. 여기에서 바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역사가 케참(Ralph Ketcham)은 이 점에 있어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황금기를 다시 맞이하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즉 이익을 중
제하는 이익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82) 국가와 지방정부 간의 이
익의 중계, 입법 사법 행정부 간의 이익의 중재 등이 그것이다.
매디슨은 이러한 혁명적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서 공화정 형태의
정부를 확장시키려는 착상을 제시한다. 아마도 이것은 서구 정치사
상사에 있어서 뚜렷한 획을 긋게 될 것이다. 매디슨은 분명 이질적
인 사회(가령 미국)가 개인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동시에 어떻게
실현시키고 수호해 나가는지에 대한 관념적 착상을 긋고 있는 것이
다. 그리고 이러한 이익의 실현과 수호에 있어 바로 이익균형의 원
리가 성립되게 된다는 것이다. 매디슨에 따르면 정부 내에 이러한
균형의 원리만 성립된다면 다수의 독재라는 위험이 사라질 뿐만 아
니라 소수의 이익 보호라는 안목도 저절로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사회에서 이익의 다양성과 이질성의 가능성이 높아지면
질수록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지며,
이에 따라 다수의 횡포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들게 되고 소
수의 권리가 보호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매디슨 자신이 행정에 대한 견해를 명백히 피력했다고 보기는 어
렵지만 행정에 대한 것과 관련된 그의 논의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과정은 다원적이라는 것이다. 행정과정은 분명히 사회
의 다양한 그러면서도 수시로 변하는 이질적인 이익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행정의 목표는 정적이거나 단선적일 수 없고
과정 지향적이거나 사회의 다양성을 대변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 행정과정은 근본적으로 이익중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을 중재하기 위해서는 토론, 협상, 타협 등의 절차가 필요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합의나 사회적 안정을 기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행정과정은 기능적으로 분화된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의한
권한 배분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서 행정과정이란 정부의 각 부
가 서로 고립되지 않은 복잡하고 상호 지속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
리에 의해서 움직여 나간다는 것이다.
넷째, 행정과정이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복잡하면서도 계속
적인 교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행정가란 일종의 인위적인 기술가라 말할 수 있다. 행정
가는 토론이나 협상 타협을 책임지고 실천하는 수행가일 뿐만 아
니라 사회적 합의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인 것이다.
여섯째, 파당의 병패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정책에 의존하
여야 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거해야 한다.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하여 경쟁하는 파당 사이에 효과
적인 균형이 이루어질 때 사회적 조화가 형성되게 되고 다수의 횡
포로부터 소수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