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그 하위체계인 동북아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초래하게 되는데, 상기한 특징과 연관되어 경제력의 중요성 증대, 지역차원의 협력 증대 및 다자적 접근방식의 선호 등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상기한 변화가 한편으로는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안정적 지역질서의 구축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질서 재편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힘의 공백가능성이 역내 국가 간의 패권경쟁을 유발함으로써 지역안정을 해칠 가능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제질서와 동북아 환경변화의 주요 특징을 감안해 보면 ‘지역차원의 다자경제협력’ 이 외교정책상의 중요한 과제이자 정책수단으로 부각됨을 알 수 있다. 물론 지역경제협력의 정책상의 유용성은 우선 세계경제의 지역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을 것이나 동북아의 변화에 있어서 경제요소의 전략적 가치가 증대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외교에 있어서 경제력의 전략적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국의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전략은 경제적인 차원에서의 대응에 덧붙여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하나는 동북아지역에서 한국에 유리한 새로운 세력균형의 모색에 있다. 동북아는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역내국가들과 미국, 러시아 등의 전략적 이해가 교차하는 지역으로서, 한국은 통일을 향한 과정에서 또한 통일 이후를 상정한 경우에라도 우리의 전략적 입지에 유리한 지역균형을 모색하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지역경제협력의 과정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에 있어서는 남북 경제공동체의 구축이 필수적인 요건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지역협력전략이 남북경제축의 확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한국의 새로운 동북아 지역협력전략의 기본방향을 제시해 보면, 첫째 세계경제의 지역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APEC 외에도 타 지역의 지역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동시성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고, 둘째 한국에 유리한 동북아 지역 세력균형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도출하고, 이에 지역경제협력을 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창출해야 하며, 셋째 다양한 지역협력구도 가운데 남북한의 경제공동체 구축에 가장 유리한 구도를 찾아내고, 지역협력전략과 대북전략을 조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국제질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전략적 차원에서의 국익을 증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변화의 과정에서 그 중요성이 증대되어 가는 지역경제협력 문제에 대해 세계차원과 지역차원, 경제 측면과 안보 측면, 또한 한국의 현재 이익과 통일 한국의 미래 이익이 적절히 균형조화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역협력전략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세계경제의 3극간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EU-아시아간의 대화에 적극 참여하고, APEC 내에서 동아시아의 협상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역내국가간의 단위체 구성 노력에도 동참함과 동시에 동북아에서의 지역경제협력을 빠른 시간 내에 활성화시켜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반도-동북아-동아시아를 축으로 하는 지역차원의 협력구도를 구축하고, 이를 미주지역과는 APEC을 통해, 유럽과는 ASEM을 통해 세계차원의 협력구도와 접목시켜 나가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아직도 논의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동북아 경제협력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작업은 한국의 지역협력전략에 있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동북아지역의 핵심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 간에 정치군사 및 경제 측면에서의 이견상충을 넘어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메카니즘을 창출하는 노력에 있어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박태규 외, 『동북아의 경제협력과 질서』, 도서출판 오름, 20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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