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잖아요.”
그때 나는 회사가 항상 나를 빨아먹으려고 벼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탈탈 털어먹고 버리겠지. 내가 우울증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 입을 벌려 약을 강제로 먹이고 일하라고 하겠지.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휴직하거나 그게 안 되면 퇴사하겠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 원한 건 약을 먹으며 계속 일하는 거였다.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고 시간만 질질 끌고 내가 며칠이라도 더 일하다 그만두길 바랐다. 직장인이라면 이런 일이 나한테만 일어난 특수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자녀가 좋아하지도 않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회사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붓고 빈껍데기만 남은 채로 집과 회사를 오가기를 바라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이의 진로에 대한 모든 걸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