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전 생애와 온 마음을 떠나지 않았던 “파우스트”는 이렇게 결말 내려지고 완성되었다.
그리고 괴테의 인생도 끝이 났다.
이 작품을 통해 괴테의 깊은 성찰과 고뇌, 긍정적 사고, 그리고 조화를 위한 노력과 그의 깊은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시금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6. 파우스트에게 하고싶은말
파우스트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아니, 감상을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하며 말할게요. 그렇지 않으면 횡설수설하며 그대도 내가 그대 때문에 느낀 두통을 느끼게 될테니까요.
당신은 왜 그랬나요?
그레첸은 어머니와 오빠, 어린 아기를 죽였지만 죽기 전에 신에게로 귀의하며 회개했어요. 당신의 세상에 존재하던 신이나 지금 내가 믿는 신의 섭리로 볼 때 그녀의 행동은 구원을 상징하는 것이죠. 하지만 당신은 기독교적인 의미로 볼 때 결코 구원될 수 없어요. 당신은 하늘의 법을 거역하는 악마와 손을 잡고 영혼을 팔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법으로도 무거운 범죄행위를 저지른 때문이지요. 신학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타락한 인간으로서 구원받을 수 없는 당신이지만 당신을 이해하려면 극히 인간적인 측면으로만 보아야 하겠지요.
파우스트, 당신은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근대적인 새로운 인간형의 탄생을 알렸지요. 주의 말씀 기억나나요?(천상의 서곡) 그 말씀이 과연 신의 말씀일까요? 그 말은 당신에게 신의 존재로 다가갈 수 있는 이, 당신을 창조한 자의 말이겠지요. 나에게는 신이 아니라 대문호일 뿐이지만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그런 게 있어요. 난 당신이 믿는 신의 이름도 말해 줄 수 있어요. 그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하더군요. 노력하는 인간에 대하여 그 신은 끝없는 찬사를 보냈어요. 그래서 일까요? 파우스트 당신은 행동하는 인간으로서 너무 많은 죄를 지었어요. 그러나 내가 당신의 행동에 때로는 연민을 느끼고 때로는 존경의 마음을 품는 이유는 바로 당신의 선한 의지에서 나온 행동들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악마와 결탁하는 것도 쾌락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을 테니까요. 당신의 행위와 고뇌의 반복은 바로 ‘선한 인간’을 향한 당신의 신의 강조이며 반성적으로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나에게 경종을 울려줍니다.
파우스트. 당신에게 있어서의 구원의 의미는 순수한 인간, 양심적으로 행동하는 당신을 신이 구원함으로써 나도 당신 같은 양심적 행동과 진실한 사랑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이 기독교적이든 인본주의 정신이든 어떤 이름이든 간에 구원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아, 너무 어렵네요.
당신의 이야기는 어렵고 어렵지만 딱 하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에게 와 닿은 점이 바로 저 것이었어요. 신의 구원이든 스스로에게 주는 구원이든 양심적이고 순수한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 것 하나만으로 내게 심각한 두통을 유발한 당신을 용서하게 됩니다. 당신을 통해 인간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았으니 당신에게 구원으로 가는 길을 배운 듯해요. 고맙다는 말로 편지를 맺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