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종문학분석-시) 국경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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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활을 메고 노루잡이 다닐 때
밤이 늦어 모닥불 피워놓고
고리를 까슬며
색시 어깨를 짚고 노래부르던 옛일이 생각난다.
독한 물지 담배 속에
"옛날에 남 이 장군이란 녀석이……"
하고 노농(老農)의 이야기 듣던
마을 총각떼의 모양이 보인다.
앗! 하고 그는 다시금 눈을 돌린다.
-- 처녀(妻女)
"그래도 싫어요 나는
당신 같은 이는 싫어요,
다른 계집을 알고 또 돈을 알구요,
더구나 일본말까지 아니
와 보시구려, 오는 날부터 순사가 뒤따라다닐 터인데
그러니 더욱 싫어요 벌써 간첩이라고 하던데!"
"그리고 내가 미나리 캐러 다닐 때
당신은 뿌리도 안 털어줄 걸요,
백은(白銀) 길 같은 손길에 흙이 묻는다고
더구나 감자국 귀밀밥을 먹는다면 -"
"에그, 애닯아라.
당신은 역시 꿈에 볼 사람이랍니다, 어서 가세요."
-- 청년
"그렇지 않다는데도,
에익 어찌 더러운 팔자를 가지고 났담!"
그러면서 그는 초조하여 손길을 마주 쥔다,
끝없는 새벽하늘에는
별싸락이 떴구요 -
그 별을 따라 꽂히는 곳에
북극이, 눈에 가리운 북극이 보이고요.
거기에 빙산을 마주쳐 두 손길 잡고, 고요히
저녁 기도를 드리는 고아의 모양이 보인다,
그 소리 마치
"하늘이시여 용서하소서 죄를,
저희들은 모르고 지었으니"하는 듯.
별빛이 꽂히는 곳, 마지막 벌판에는
이스라엘 건국하던 모세와 같이
인민을 잔혹한 압박에서 건져주려고
무리의 앞에 횃불을 들고 나아가는
초인의 모양이 보이고요,
오, 큰 바람이어,
혼의 수난이어, 교착이어!
"버린다면 나는 죽어요
죽을 자리도 없이 고향을 찾은 낙인(落人)이에요,
아, 보모여 젖먹이 어린애를
그대로 모른다 합니까"
그의 두 눈에선 눈물이 두루루 흘렀다.
-- 처녀(妻女)
"가요, 가요, 인제는 첫닭 울기,
남편이 돌아올 때인데
나는 매인 몸, 옛날은 꿈이랍니다!"
그러며 발을 동동 구른다,
애처로운 옛날의 따스하던 애욕에 끌이면서,
그 서슬에 청년은 넘어지며
낯빛이 새파래진다 몹시 경련하면서,
"아, 잠깐만 잠깐만"
하며 닫아맨 문살을 뜯는다.
그러나 그것은 감옥소 철비(鐵扉)와 같이 굳어졌다,
옛날의 사랑을 태양을 전원을 잠가둔
성당을 좀처럼 열어놓지 않았다.
"아, 여보 순이! 재가승의 따님,
당신이 없다면 8년 후도 없구요,
세상도 없구요"
-- 처녀(妻女)
"어서 가세요, 동이 트면 남편을 맞을 텐데"
-- 청년
"꼭 가야 할까요,
그러면 언제나?"
-- 처녀(妻女)
"죽어서 무덤에 가면!"
하고 차디차게 말한다.
-- 청년
"아, 아하 아하 ……"
-- 처녀(妻女)
"지금도 남편의 가슴에 묻힌 산송장,
흙으로 돌아간대도 가산(家山)에 묻히는 송장,
재가승의 따님은 워난 송장이랍니다!"
-- 여보시오 그러면 나는 어쩌고.
-- 가요, 가요, 어서 가오. 가요?
뒤에는 반복된는 이 요음(擾音)만 요란코 -
59장
바로 그때이었다,
저리로 웬 발자취 소리 요란히 들리었다.
아주 급하게 - 아주 황급하게
처녀(妻女)와 청년은 놀라 하던 말을 뚝 그치고,
발자취 나는 곳을 향하여 보았다.
새벽이 가까운지 바람은 더 심하다,
나뭇가지엔 덮였다 눈더미가,
둘의 귓불을 탁 치고 달아났다.
60장
발자취의 임자는 나타났다.
그는 어떤 굴강(屈强)한 남자이었다 가슴에 무엇을 안은-
처녀(妻女)는 반가이 내달으며
"에그 인제 오시네!"하고 안을 듯한다,
청년은 "이것이 남편인가"함에 한껏 분하였다.
가슴에는 때아닌 모닥불길.
"어째 혼자 오셨소? 우리 집에선?"
처녀(妻女)의 묻는 말에
차부(그는 같이 갔던 차부였다)는 얼굴을 숙인다
"네? 어째 혼자 오셨소 네?"
그때 장정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가만히 보꾸러미를 가리킨다
처녀(妻女)는 무엇을 깨달은 듯이
"이게 무언데?"하고 몸을 떤다
어떤 예감에 눌리우면서.
61장
처녀(妻女)는 하들하들 떠는 손으로 가리운 헝겊을 벗겼다,
거기에는 선지피에 어리운 송장 하나 누웠다.
"앗!"하고 처녀(妻女)는 그만 쓰러진다,
"옳소, 마적에게 쏘였소, 건넛마을서 에그"하면서
차부도 주먹으로 눈물을 씻는다.
백금 같은 달빛이 삼십 장남인
마적에게 총 맞은 순이 사내 송장을 비췄다.
천지는 다 죽은 듯 고요하였다.
62장
"그러면 끝내 - 에그 오랫던가"
아까 총소리, 그 마적놈, 에그 하나님 맙소서!
강녘에선 또 얼음장이 갈린다,
밤새 길 게 우는 세 사람의 눈물을 얼리며 -"
63장
이튿날 아침 -
해는 재듯이 떠 뫼고 들이고 초가고 깡그리 기어오를 때
멀리 바람은
간도 이사꾼의 옷자락을 날렸다.
64장
마을서는, 그때
굵은 칡베 장삼에 묶인 송장 하나가
여러 사람의 어깨에 메이어 나갔다.
눈에 싸인 산곡으로 첫눈을 뒤지면서.
65장
송장은 어느 남녘진 양지쪽에 내려놓았다,
빤들빤들 눈에 다진 곳이 그의 묘지이었다.
"내가 이 사람 묘지를 팔 줄 몰랐어!"
하고 노인이 괭이를 멈추며 땀을 씻는다,
"이 사람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네!"하고
젊은 차부가 뒤대어 말한다.
66장
곡괭이와 삽날이 달가닥거리는 속에
거-먼 흙은 흰 눈 우에 무덤을 일궜다,
그때사 구장도 오구, 다른 차꾼들도, 청년도
여럿은 묵묵히 서서 서글픈 이 일을 시작하였다.
67장
삼동에 묻히운 '병남(丙南)'의 송장은
쫓겨가는 자의 마지막을 보여주었다,
아내는, 순이는 수건으로 눈물을 씻으며
'밤마다 춥다고 통나무를 지피우라더니
추운 곳으로도 가시네
이런 곳 가시길래 구장의 말도 안 듣고 -"
68장
여러 사람은 여기에는 아무 말도 아니 하고 속으로
"흥! 언제 우리도 이 꼴이 된담!"
애처롭게 앞서가는 동무를 조상할 뿐.
69장
얼마를 상여꾼들이
땀을 흘리며 흙을 뒤지더니,
삽날소리 딸까닥 날 때
노루잡이 함정만한 장방형 구덩 하나가 생겼다.
70장
여러 사람들은 고요히
동무의 시체를 갖다 묻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이.
71장
거의 묻힐 때 죽은 병남이 글 배우던 서당집 노훈장이,
"그래도 조선땅에 묻힌다!"하고 한숨을 휘-쉰다.
여러 사람은 또 맹자나 통감을 읽는가고 멍멍하였다.
청년은 골을 돌리며
"연기를 피하여 간다!" 하였다.
72장
강 저쪽으로 점심 때라고
중국 군영에서 나팔소리 또따따 하고 울려 들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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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2002.06.19
  • 저작시기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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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번호#196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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