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해서 친구의 딸을 팔아먹으며, 현고직 역시 가난에 시달린 나머지 친구의 꼬임에 빠져 결혼을 시킨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친구로부터 돈을 받고 딸을 팔아먹은 아버지가 된 것이다.
이처럼 가난과 굶주림은 반사회적이고 반도덕적인 범죄를 발생하게 하는데, 다음의 인용문을 살펴보자.
시조를 뚝 그치며,
"어그, 종장은 고만 두겠다. 금선아, 너 보기에 내가 미친년같지? 나는 너만 못한 집 자식 이냐? 우리 아버지가 다년 이조 서리(書吏)로 행세를 하고 살았지마는 경칠세월을 만나 배 에서 쪼로록 소리가 나니까 아니 날 생각 없더라. 이모양으로 행세는 내일 모래 보자 하고 서 발막대 거칠 것 없이 술도 먹고 노래도 하며 노류장화(路柳墻花)로 매인열지를 지내 니까,
) 「乙酉全集」, 권2, 188쪽
발고차기로 권커니 잣커니 부어라 먹자, 먹자 부어라, 내일 잡산을 간대도 오늘실컷 먹 고나 보자, 이놈도 벽도를 끌어앉고 저놈도 벽도를 훔쳐 껴안고, 벽도는 이놈에게 가서 도 아양을 부리고 저놈에게 가서도 아양을 부리고 온갖 응석을 다 피는데,(····) 사 람은 마찬가지련마는 저것이 어쩌면 저 지경이 되었노? 저의 아버지가 이조(吏曹) 서리 (胥吏) 다닐 때에 우리 아버지와 좋은 친구로 종종 우리 집에 오는 양을 엊그제같이 보 았는데, 범절이 상없지 아니하고 대단히 점잖더니 그 어른의 딸이 저지경일 줄이야 누가 알아.
) 위의 책, 190쪽
위의 인용들은 인신매매로 팔려간 여인들이 화유계(花柳界)에 적응해 가면서 도덕적 타락을 서슴없이 하는 장면들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금선이와 마찬가지로 양반의 예속계급인 신분의 딸로서 '경칠 세월'을 만나 팔린 신세가 되어 '내일 모래 보자'하며 사는 부류들이다. 이러한 점들이 당시의 시대적 갈등의 한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같은 갈등은 단순히 여주인공의 불행한 운명이나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악인이 이 세상에는 많다는 사실을 제시하기 위해서 신소설 작품에 자주 나타나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며, 이와 같은 갈등의 모티브는 실제적으로 사회 현실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당대의 사회악과 밀접하게 관련을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문학작품을 사회적 반영으로 보는 견해는 정당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牡丹屛」역시 이러한 것과 성격을 같이하는 것이다.
Ⅳ 결론
이상으로 개화기 소설에 나타난 가족갈등의 시대적배경과 그 유형에 대하여 논하 였다.
신소설은 근대화와 함께 새로운 문명이 밀어닥치던 개화기의 복잡한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당대의 시대적 특징을 인물간의 갈등 구조로 받아들이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화기시대의 가정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그 시대와 사회의 제반 사상과 규범의 실현장소로, 개인은 가족들간의 상호 관계가 중심이 되는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들의 관계는 풍속이나 윤리적 규범 등 형식적인 측면과 부모나 자식 또는 이들 상호간의 극히 본능적이고 미묘한 심리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가족간의 인간 관계를 다루는 소설은 인간 관계를 드러내어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가족 갈등을 고부, 부자, 처첩 갈등으로 나누어, 그 갈등 구조와 양상을 살펴보았다. 또한 가족 갈등의 요인과 전개과정, 심리학적 요인등을 통해 개화기 가정소설의 문학사적 의의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신소설은 지금까지도 독자적인 양식으로 현실적 입장에서 나름대로 시대적인 현실구조를 바탕으로 완결된 양식을 취하고 있다기보다는 지양되고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대부분 그 가치를 매기고 있다. 그러한 시각은 고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개화기라는 당대 현실과 소설, 그리고 작가 의식은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나름대로 독자적인 양식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소설도 소설사적 흐름에서 변모한 한 양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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