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품광고에 남자모델이, 남성용 화장품에 여자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일반화되는 추세이다. 여기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소주광고와 자동차 정비광고에 여성모델을 기용하는 파격적인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도도화장품 광고를 통해 동성애와 이성애의 결계를 무너뜨리며 사회 전면에 등장, 대중적인 스타로 떠오른 것은 2000년대 성의 결계를 무너뜨린 새로운 사례라 할 수 있다.
경제력이 넉넉하면서도 사치와 낭비는 하지 않고, 직업상 필요하거나 문화적, 실용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구매에 나서는 부유하면서도 합리적인 20∼40대를 일명 보보스(Bobos)라 일컫는다. 보보스는 60년대 해방의 가치를 옹호했던 보헤미안과 80년대의 상업적인 부르주아의 합성어로, 미국에서 시작하여 국내에 도입된 개념이다. 쌍용 자동차의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렉스턴은「대한민국 1%만이 구입할 수 있는 차」라는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고, 대우증권은 고소득 전문직을 주 타겟으로 하는 플랜마스터라는 랩어카운트 상품 광고를 통해 일과 여가를 잘 조화시키는 보보스의 라이프를 보여주었다. 보보스를 대상으로 특화된 마케팅은 다양한 영역에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KTF는 『일과 사랑 때문에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당신, 대한민국의 메인입니다』라는 카피를 동원, 한국의 25세∼33세 연령의 보보스가 갖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대중문화의 코드는 「엽기」였다. 엽기게임, 엽기개그, 엽기광고, 엽기파티 등 세상 모든 것에 엽기를 접두어로 갖다 붙일 정도로 엽기 신드롬은 한국의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신세대가 엽기에 열광하는 것은 기존 질서의 파괴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본능 때문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자유로운 환경속에서 자라온 신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도덕적 억압에 대해 「엽기」라는 이름아래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엽기 문화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광고계의 화두 또한 엽기다. 신세대들 사이에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세상을 다 가져라」, 「공짜가 좋아」라는 KTF의 Na시리즈는 촌티패션, 빈민가, 평범한 외모의 아저씨 등을 등장시킴으로써 기존 광고의 개념을 전복, 엽기광고의 대표로 꼽히면서 이후 아류광고들을 탄생시킬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시끄러운 아줌마 부대와 과장된 촌스러움을 보여준 해태 음료의 갈아 만든 배의 「아, 청춘을 적신다」광고와 일명 테크노 뽕짝으로 불리는 트로트 메들리의 신바람 이박사가 나온 「키움닷컴 광고」는 키치광고, 엽기광고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2001년에도 음치가수 이재수, 엽기토끼 마시마로, 엽기캐릭터 졸라맨, 영화 「엽기적인 그녀」등에서 보듯 엽기문화는 계속해서 그 인기를 이어가면서 마케팅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엽기는 일상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부조화로 보이지만 그 속에 내재된 유머러스한 도발 감각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각 시대별 키워드와 함께 대표적인 광고사례를 살펴보면, 광고가 표출하는 이미지와 메시지가 그 시대의 욕구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기존에 없던 욕구나 새로운 유행을 광고가 만들어 내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점차 광고가 그 대중문화의 흐름의 중심에 서서 주도하는 사례가 늘어 감을 알 수 있다. 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광고 마케팅의 본질과도 무관하지 않다. 광고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새로운 시장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대중들의 호응에 따라 그 영역을 넓혀가게 된다. 90년대의 X세대, 미시족 그리고 2000년대의 N세대, 보보스, 여성시장, 1318세대 등은 광고로 인해 이들만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광고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만능의 존재 혹은 소비욕구 조작의 존재로 인식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시대환경의 변화에 따른 경영환경의 변화와 사회문화적인 변화는 소비자들의 의식구조와 구매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한 시대의 새로운 트랜드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잠재 수요를 감지하고 이를 가수요화하여 시장화 하는 것이 마케팅의 본질이다. 따라서, 광고는 어떤 사회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거나, 잠재하고 있는 변화현상이 확산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광고를 통해 우리가 소중한 사회의 변화를 느끼고, 시대의 가치를 읽으며, 세대간의 차이와 이질성을 체감하게 된다. 광고는 우리 사회의 가치와 문화를 반영해주는 거울인 동시에, 우리의 미래를 한발 앞서 제시하는 문화 선도자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광고는 한 시대의 이슈를 반복 전달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이슈로 간주하게끔 하는 강력한 트렌드 설정자의 힘을 갖고 있음을 분명하다. 따라서, 기업은 광고를 단순한 이윤추구의 목적으로서만 활용해서는 안 되고, 변화의 주체로서 시대적인 사명을 갖고 광고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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