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려 각지의 경제와 문화가 발전하고 고구려의 국력이 현저히 강화된 것은 나라의 대외적 권위와 영향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하였다. 북위나 남조 송나라가 436~438년 사이에 북연왕 풍홍의 고구려 망명과 관련하여 한때 고구려와 첨예한 대립관계에 놓여있을 때에도 고구려를 공격하지 못한 것은 고구려의 위세를 겁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북위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나라들은 고구려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힘썼으며 고구려 사신을 최고로 우대하였다.
이처럼 고구려의 수도가 평양으로 옮겨진 것은 고구려의 경제발전과 군사력강화에서 하나의 전환적 계기가 되었으며 이웃나라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삼국통일정책의 추진에도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였다. 이는 당시 고구려의 역사발전을 촉진시키는데 이바지하였으며 우리 민족의 영예와 대외적 지위를 높이는데도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Ⅴ. 결론
고구려가 어떠한 필요성에서 427년에 평양천도를 단행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장수왕의 평양천도는 백제, 신라를 겨냥한 영토팽창이 주된 목표가 아닌 동아지중해의 세력재편 구도 속에서 추진된 국가발전의 전략의 일환이었고, 한반도 중부 내륙을 장악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해양활동 능력을 강화하는 일 역시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남진정책과 평양천도는 시대적 욕구를 달성시켜 줄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었다.
장수왕의 천도 이후 평양성 시대의 고구려는 정치적인 안정기로서 최대의 국토확장을 이룩하였고, 외교적으로는 중국의 남북조 분열을 이용한 북방세력의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이러한 평양성 시대의 번영은 탄력적인 외교 정책을 효과적으로 유지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평양천도는 전대(前代)에 있었던 천도와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고구려의 국도는 동명왕(東明王)에 의해 졸본지방(卒本地方)에 정착된 이후 장수왕 이전까지 5차례에 걸친 천도는 주로 중국과의 대립과 국가의 통치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것이 비해 평양천도는 국가성장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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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殿福孫玉良 共著, 姜仁求金瑛洙 共譯,『高句麗簡史』, 삼성출판사,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