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야 역시 한반도에서 미국을 반대하는 것과 통일이란 것은 민족적 과제이자 세계사적 과제라고 생각하였다. 이런 민족환원주의가 냉전적 반제국주의와 동격화 되었다. 한국전쟁이 있은 후 한설야는 평양중심주의에 입각한 냉전적 반제국주의가 분단만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깨달았다. 그 후 한설야는 냉전적 반제국주의에서 벗어나 민족문제를 보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재해석으로 이어졌다. 민족적인 것과 계급적인 것을 통일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였다.
문학적 특징
해방 직후 북한에서의 그의 글쓰기가 지향하는 방향은 크게 세 가지의 축으로 나아갔다. 첫째는 억압된 역사로서의 만주에서의 항일혁명운동을 복원하는 것이며 둘째는 소련에 대한 새로운 관계설정으로서의 국제적 연대의 모색이며 셋째는 통일독립과 분단의 문제이다.
한설야는 민족문제와 계급문제를 통일적으로 보려는 그의 자각은 만주에서의 항일혁명운동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시기의 작품인 혈로, 개선, 영웅 김일성 장군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소련에 대한 새로운 관계 설정은 소련문화와의 교류를 주장하면서도 전근대 시대 중국에 대한 조선 지식인의 사대주의적 태도와 같은 것을 되풀이 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점은 「모자」와『소련 여행기』에서 잘 나타는데. 여기서 한설야의 소련인식은 교류와 연대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제주의를 지향했음을 알 수 있다.
한설야는 분단과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평양중심주의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역시 처음에는 우리 민족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분단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나름의 노력을 펼쳤다. 그 대표적인 것이 문학가 조직의 전국적 범위의 통일을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민주기지론을 통일의 방법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이에 기초하여 평양중심주의를 제창하게 된다.
대표적인 작품
『설봉산』은 1955년 11월 <조선문학>에 「악수」라는 제목으로 그 일부가 발표되고 나서 1956년 7월에 완간된 한설야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1930년대 초반 함경 남북도에 거점을 둔 적색농조 운동 속에서 싹트기 시작한 소비에트 사회주의로의 지향적 노동계급운동과 더불어 일제에 대항한 항일무장혁명 투쟁으로 이어질 것을 전망하는 농조활동을 다루고 있다. 사회주의 세계관에 입각한 부르주아(지주)와 프롤레타리아(농민조합)들의 계급적 적대감으로 전개되며 반봉건반제투쟁 등 농민조합의 결속된 힘을 보여주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소설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정치와 문학의 일원론적인 직접성에서 다소 벗어나 사회의 총체적인 형상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술 양식과 이야기 구조의 특징
첫째,「설봉산」은 7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술 양식은 농조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며 농민조합이 주체가 되어 사건이 진행되므로 특정한 사람에게 집중시키지 않고 인물들이 사건에 따라 자주 교체된다.
둘째, 지주와 소작인과의 갈등 구조를 바탕으로 서술이 전개된다. 학철, 경덕, 순덕 등 농민조합원 모두를 긍정적 주체 인물로 보고 있고 이들과 친일지주 김상초와 그의 아버지, 그를 따르는 무리와의 갈등구조가 그려져 있다. 지주와 소작인과의 계급적 갈등구조는 경제투쟁에 이어 후반부로 갈수록 일제경찰과 조합원 사이의 정치적 투쟁이 부각됨으로써 갈등이 고조된다.
셋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1931～33년경을 시대적 배경으로 함북도 성진 지방에서 벌어진 농민투쟁을 시간의 축을 따라 전개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은 농민조합을 중심으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연결되어 있고 광주학생 기념, 10월 혁명기념시위가 삽입되어 특이한 양상을 띤다.
한계
『설봉산』에서 긍정적 인물은 어떤 한사람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집단적으로 나타나며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전형적 인물로 지주사회를 비판하고 그 질서에 대항하는 인물들이고 정치적 이념적 인물로 정형화된다. 인물들은 농조활동의 사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민성, 계급성, 당파성 등의 사회주의 이념에 입각하여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에 비해 부정적 인물들은 생동감이 떨어지는 조작적, 도식적 인물로 형상화 되어있다는 지적도 있다. 『설봉산』이 가지는 한계는 주인공들의 삶을 그렸다기보다는 농조 활동의 여러 사례들만을 서술해냄으로서 주인공 집단화 양상을 띠었기 때문에 인물 중심의 내용 파악이 어렵고, 구조가 분산되어 있으며 갈등 양상이 집단화 되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경향적 세계관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고 이것이 북한문학의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Ⅲ. 결론
문학 입문기에는 이광수의 영향을 받아 자연주의에 입각한 소설을 쓰긴 했지만, 그가 무순을 체험하고 난 이후 학문적인 이론 바탕과 이기영 조명희와 만남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확립하였고 그의 산물로 노동소설이 나왔다. 카프에서의 활동이나 제2차 검거사건 이후, 해방을 맞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한 노력에서 그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회주의가 적절한가, 적절하지 않은가를 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당시 지식인으로서 통일된 모습(적어도 일정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는)의 항일투쟁이었다면 지금 분단이라는 상황보다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어쨌든 우리는 사회주의가 그 당시의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한 방법이었던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이점에서 그의 문학은 의의를 지닌다. 더욱이 제2차 검거사건이후 많은 문인들이 전향을 하여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는 것에 비해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고 지키고자 노력했다. 물론 강력한 일제의 탄압 앞에서 위축되어 전향 아닌 전향을 하지만 그래도 그의 문학은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참고문헌
노상래, 『한국문인의 전향 연구』(영한, 2000)
문영희, 『한설야 문학연구』(시와시학사, 1996)
서경석, 『한설야-정치적 죽음과 문학적 삶』(건국대출판부, 1996)
조수웅, 『한설야 소설의 변모양상』(국학자료원,1999)
조영복, 『월북 예술가, 오래 잊혀진 그들』(돌베개, 2002)
최동전, 『귀향』(동광출판, 1990)
한설야, 이기영 외 다수, 『나의 인간수업, 문학수업』(인동,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