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항(나)에 관하여’, 그리고 양 당사국의 교환각서를 통해 포기권이 인정되고 있다. 이 포기권은 양 당사국이 아니라 한국이 1차적 권리를 갖는 범죄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 이 포기권을 행사하여 사건을 주한미군 측으로 넘겨왔다. 그러나 사후처리에 관한 언급이 없어서 재판권을 되찾아올 수 없으며, 주한미군 측이 어떤 조치를 하도록 강제된 규정도, 요구할 길도 없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불평등을 낳는 규정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소파에는 양 당사국의 재판권 관할범위가 각각 정해져 있다. 그러나 나토협정이나 미일협정의 경우 재판권이나 징계권의 행사는 접수국이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피의자의 체포구금신병인도의 문제에서 주한미군 측에 유리하게 규정된 조항은 우리의 재판권 행사에 제한을 가한다. 즉 주한미군은 우리나라가 1차적 권리를 갖는 경우 체포를 통고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속적 재판권이나 1차적 권리를 갖는 경우를 불문하고 통고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피의자가 주한미군 수중에 있는 경우 우리의 인도요구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은 주한미군 측의 결정에 달려 있다. 반대로 피의자가 우리의 수중에 있는 경우라도 주한미군 측이 요청하면 우리의 의사나 사건의 중요성을 불문하고 즉시 인도해야만 한다.
불평등한 소파 전면 개정과 앞으로의 과제
이처럼 소파는 조항 자체가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게 짜여 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주한미군의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행동과 한국정부의 대미예속성에 있다. 따라서 문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조항 자체를 바르게 개정하는 것과 더불어 주한미군의 불법적인 기지 및 시설 사용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군의 주둔으로 인한 기지 및 시설 사용의 문제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필리핀에서는 미군철수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고, 일본의 오키나와에서도 미군기지 철폐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근본적으로는 미군철수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기지시설 사용’에 관한 소파조항의 전면적인 개정을 통해 부분적인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시민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소파개정운동은 미군범죄에 대한 한국정부의 기소권 문제와 환경조항의 신설 등에 모아진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한미군의 주둔목적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미군이 오로지 한국의 안보를 위해 주둔한다면, 우리는 주한미군의 존재를 묵묵히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미국의 국익과 동북아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우리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주한미군 문제는 이제 국민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특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소파의 문제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범국민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소파개정 협상이 또다시 불평등을 허용하는 물밑협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피해는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