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은 박애와 화해의 정신에 결코 위배되지 않는다. 화해는 투쟁을 통해 옛것을 물리치고 새시대의 승리를 쟁취함으로서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 투쟁은 교회가 실천해야 할 진정한 화해의 봉사(Diakonia)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을 듣고 애굽으로부터 해방하셨다.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이란 정치적 억압, 한많은 억울한 착취, 막다른 골목, 불의의 정치, 경제, 사회구조 속에서의 부르짖음이었다.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을 들으셨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이 곧 하나님의 울부짖음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 하나님의 울부짖음은 곧 역사의 변혁을 일으키시려는 하나님의 계시다. 신앙은 하나님의 계시에 응답하는 삶이다. 사건이 없는 신앙은 신앙이 아니며, 사건이 없는 교회공동체는 신앙인의 공동체가 아니다.
4. 선포공동체로서의 교회
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 하나는 선포(Kerygma)이다. 이 선포는 하나님은 정치적으로 억압받고, 경제적으로 착취당하며, 사회적으로 소외당한 민중을 해방하신 민중의 하나님, 해방의 하나님이며, 예수운동은 바로 이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실천한 하나님나라운동이라는 고백이다. 따라서 교회공동체의 선포의 핵심은 이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에 있다. 하나님나라는 결코 탈역사적, 초세계적, 내세적인 영적나라가 아니다.
하나님나라는 역사적, 세계적인 \'이 땅\' 위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주권의 확립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님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이 땅 위에 오는 것이며, 우리는 하나님나라가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해야 하며, \'이 땅\' 위에서 하나님나라 건설을 반대하는 모든 악의 세력과 싸워야 한다. 그래서 교회공동체의 선포는 하나님나라에 적대적인 모든 악의 세력에 대한 선전포고요, 교인들을 하나님나라를 위해 투쟁하도록 고무시키는 격려이다.
또한, 하나님나라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동시에 포함한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는 이 새 하늘과 새 땅을 함께 선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교회가 새 하늘만을 선포한다면 교회공동체는 탈역사화되어 종교로 환원되며, 자신을 세상과 분리하여 스스로 거룩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세상을 경멸하고 지배하려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런 교회의 선포는 본회퍼의 말처럼 \"싸구려 은혜\"이다. 하나님의 십자가의 사랑이, 성령의 해방하는 은총이 시장에서 팔리는 물건처럼 헐값에 팔리운다. 다시 말해서 \'거룩하게 되는 것\' 없이 \'옳다는 인정받음\'이, 복종없는 신앙이, 회개를 요구하지 않는 사죄의 선포가, 십자가 없이 부활만이 선포된다. 이것이 \"싸구려 은혜\"이다. 본회퍼는 이런 선포를 교회의 최대의 적으로 간주했다.
이와 반대로 만약 교회가 새 땅만을 선포한다면 교회공동체는 정치로 환원되며, 정치집단화된다. 이런 교회는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가 아니며, 하나님 대신에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무미건조한 정치집단일 뿐이다. 교회공동체는 \'민중의 하나님과 그의 나라\', \'새 하늘과 새 땅\'을 동시에 믿는 공동체이며, 이것을 선포하는 공동체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만을 선포하게 될 때 교회공동체는 타락하고 변질된다. 교회는 고난받는 민중의 삶의 현장에서 언제나 \'새 하늘과 새 땅\'을 동시에 선포해야 한다.
새 하늘은 하나님의 고유한 본질인 하나님의 정의의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 메시지는 개인을 억압과 착취에서 해방하는 은총이요, 세상을 거듭나게하는 시지이다. 새 땅은 새로운 사회적 메시지, 곧 사람들 가운데서 현실성이 되어지는 하나님의 정의를 의미한다.
이 메시지는 하나님의 자녀됨과 형제됨, 인간의 상호책임성, 약자에 대한 강자의 봉사, 가장 미천한 자의 거룩성, 이기심 대신에 사랑, 검 대신에 십자가를 선포한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는 새 하늘만 선포하고 새 땅을 선포하지 않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교회는 하나님나라가 이 땅 위에 온다는 것과 하나님나라가 빈곤, 불의, 질병, 가난을 극복하는 총체적 해방을 의미한다는 새 땅의 메시지를 선포하지 못했다. 교회가 새 땅을 선포하지 못하게 됨으로서 교회 안에서 하나님나라의 혁명적 힘은 마비되고 기독교는 내적 세계만의 변화, 개인의 영혼만의 구원을 선포하고, 초세상적인 하나님 나라만을 믿게 되었다.
하나님나라는 이미 이 땅에 왔으며 또한 언제나 오고 있다.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은혜요, 우리가 이 땅에서 건설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하나님나라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온다. 하나님나라의 세상에 대한 침입은 역사를 투쟁의 역사로 이끈다. 하나님나라와 세상나라, 하나님나라와 폭력의 나라, 하나님나라와 종교는 서로 대립되고 투쟁한다. 하나님나라는 종교, 폭력, 맘몬과 투쟁한다. 교회는 이와 같은 하나님과 하나님나라, 새 하늘과 새 땅을 동시에 선포하는 선포의 공동체이다.
Ⅸ. 나가며
한국교회는 선교초기부터 눌린 자의 해방을 위해 구체적인 실천을 해왔고, 조국의 자주독립과 인권회복을 위해 투쟁한 전통이 있다. 비록 1920년대부터 한국교회가 이런 민중적, 민족적 전통을 상실하고 치욕스런 \'바벧론 포로기\'의 암흑의 시대를 지내면서 오늘날까지 이런 반민중적, 반민족적 전통을 복음주의라는 미명 아래 합리화하고 있을지라도 초기 한국교회의 민중적, 민족적 전통은 70년대 이후 교회의 인권운동, 도시산업선교, 농촌운동 그리고 사회변혁운동을 통하여 다시 역사 속에 분출하고 있으며, 새로운 교회공동체운동인 민중교회운동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오늘날의 정치현실을 직시하고 조국의 자주화, 정치의 민주화, 조국통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회참여에 전심전력할 때가 왔다고 하겠다. 이런 교회는 진정한 친교가 이루어지는 밥상공동체요, 섬기고 봉사하는 해방공동체요, 새 하늘과 새 땅을 선포하면서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사건공동체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올바른 교회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 자들을 교권, 교리로 정죄하고, 이단시할 것이 아니라, 조국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하고 민중의 고난에 동참하며, 이론적으로는 사중복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바람직한 교회공동체운동을 전개할 과제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