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1917년 발표한 ‘대동단결선언’의 발표로 사실상 항일운동의 주도권을 공화주의에 넘겨주었다. 그리고 31운동 직후 수립된 임시정부가 공화제를 지향했고, 통합의 구심역할을 하던 고종이 죽음으로써 복벽운동의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3. 결론
1911년 신해혁명이 발발하여 이듬해 중국에서 공화제 정부가 들어설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청 왕조가 만주족에 의해 수립된 정복왕조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족의 민족주의적인 요구와 공화혁명을 이루려는 운동은 쉽게 결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경우, 비록 조선 왕조의 왕실과 대한제국의 황실은 그 무능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정치체제인 공화제를 주장하는 것은 이들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으로서 쉽게 대두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1910년 이전에는 공화제에 대한 주장이 거의 없었고, 입헌군주제에 대한 논의가 간헐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흔히 항일독립운동노선에서 1920년 후반 이후로 좌우갈등이 심화되어 이것이 결과적으로 분단이 되는데 한 요인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항일독립운동에서 노선갈등이 있었던 것은 좌우뿐만이 아니라 사회 공산주의세력 내부에도 있었고, 민족주의 세력 내부에도 있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이념적 대립과 노선상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를 극복하여 항일역량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존재했다는 점일 것이다.
많은 역사가들이 일제하 복벽운동을 비판하였다. 근대적 정치체제를 건설하고, 독립된 민족국가를 이룩하려는 민중의 열망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1917년의 ‘대동단결선언’과 31운동 이후 임정의 수립으로 복벽운동은 거의 사라졌다고 단언한다. 현재 언론에서 보도되는 바와 같이 조선의 마지막 황족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평가가 맞는 것은 물론이고, 지나치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하지만 전제군주제를 수립하려 했던 복벽운동이 과연 청산되었지는 의문이다. 분단으로 인해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근대국가를 수립한 한반도에서는 민주주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독재정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국가수립이후 최초의 여야교체이며, 진정한 민중세력의 집권으로 주목받았던 김대중 정부시절에도 여전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존재했을 만큼 한국의 정치문화는 아직도 상당부분 ‘전제군주제’적인지도 모른다. 비록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히 축소하는 여러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삼권분립에 입각한 민주주의가 좀더 성숙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강력한 대통령, 강력한 정부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벽운동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 현상은 아직 말끔하게 청산되지 못했다. 한국의 정치문화가 민주화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제도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정치문화와 의식의 민주화가 달성될 때 진정으로 복벽운동이 청산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를 실현할 방도를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강만길 외, <통일지향 우리민족해방운동사>, 역사비평사, 2000
박영석, <日帝下 獨立運動史硏究>, 일조각, 1984
박환, <대륙으로 간 혁명가들>, 국학자료원, 2003
박훤, <滿洲韓人民族運動史硏究>, 일조각, 1991
신주백, <만주지역 한인의 민족운동사>, 아세아문화사, 1999
愛國同志援護會, <한국독립운동사>, 愛國同志援護會, 1956
역사문제연구소, <인물로 보는 항일무장투쟁사>, 역사비평사, 1995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한국정치사상사>, 백산서당, 2005
한길사, <한국사16>, <한국사17>, 한길사, 1994
한홍구, <대한민국사>, 한겨레신문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