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홀리데이’의 이야기배경
1988년 10월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많은 의미를 지닌 시기였다.
올림픽이라는 전세계적인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렸고, 우리나라는 인구수나 국력에서 개발도상국의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4위의 위업을 달성했다. 물론 개최국의 ‘홈텃세’가 있긴했지만, 서울시내는 축제의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았고, 그렇게 가을에서 겨울로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때, 교도소 이감중이던 죄수들이 탈옥한다. 지강혁을 비롯한 7명이 주동이 되어 이감중인 호송버스를 점거했고, 집단 탈주를 해버린 것이다. 탈옥에 앞장선 지강혁은 교도소의 경찰관인 안석에게 동생이 죽고, 교도소내에서도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고, 징역보다 더 긴 보호감호라는 족쇄를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자유를 향해 탈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탈취한 권총을 이용해 원정강도를 통해 지역을 이동한다. 이런 사건은 올림픽의 감흥에 젖어있던 시민들을 긴장시키고, 언론에서는 이들을 살인,강간등의 흉악한 범죄자로 낙인찍고, 추적한다. 결국 북가좌동의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펼치던 일당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뒤집히는 선과 악
어릴적이었다. 텔레비전에서 갑작스럽게 뉴스속보가 나왔고, 경찰들이 가정집을 포위해 있는 상태에서 방송국의 카메라는 포위된 집의 창문쪽을 비춰주고 있었다. 그곳에는 선글라스를 쓴 마른 몸집의 사내가 인질인 여자를 잡고 사람들을 향해 뭐라고 소리지르고 있었다.
잡혀있는 여자는 끝없는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고, 간간히 긴장보다는 카메라에 비춰지는 모습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이 사건은 더 이상 뉴스에서 보도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영화 ‘홀리데이’의 모티브가 된 ‘지강헌 사건’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