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 공급원이 되었던 것이다.
19세기 주요한 사회현상의 하나였던 화적은 삼남 농민항쟁이 일어난 1862년 무렵부터 점차 항상적이고,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장기화·광역화되는 추세였다. 이 시기에 화적이 급증한 데에는 당시 사회불안과 민중들의 동요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중엽 화적의 구성은 자립적 기반이 불안정한 빈농 또는 농업노동자, 영세상인, 도시빈민, 거지, 승려 등이었다. 이들을 구성원으로 집단적인 동아리를 이루는 화적의 숫적 규모는 수명에서 수백명에 이르기가지 다양하였고, 이들 소단위 집단은 두목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하였다.
화적들의 주 약탈대상이 된 것은 현지에 거주하는 부호, 상업에 종사하던 여각, 객주, 상인, 행상, 주막, 지방관과 아전과 같은 관리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한 약탈대상층은 부호들이었고, 이들은 대부분 거대지주이거나 이름있는 양반사대부였다. 이들의 활동지역은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았고, 화적이 사용한 무기는 주로 총과 칼, 창이었다. 특히, 화적들은 신주를 탈취하거나 신변을 위협하는 서찰을 보내거나, 무덤을 파헤치는 굴총과 같은 방법으로 활용하였다.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화적에 대한 단속과 체포에 나선 것은 화적발생이 증폭된 1882년 이후부터였다. 정부의 화적 근철책은 크게 두 가지 였는데, 그 중 하나는 중앙 포도청과 지방 영진이 중심이 되어 화적을 체포하는 일이었고, 또 다른 정부의 화적 근철책은 “오가작통법”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정부의 대책이란 것이 화적이 발생하는 사회적 모순을 제거하거나, 이들을 흡수할 생계수단의 창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속 일변도였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중세적 생산수단에서 축출된 빈민층에서 무한히 공급되는 화적이 치성하고 이들이 부호와 국가권력층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는 행위는 치성하고 이들이 부호와 국가권력층을 상대로 약탈을 일삼는 행위는 단순한 약탈차원을 뛰어넘어, 그들이 의도했던 안했던 결과적으로 그들을 생산수단에서 소외시킨 사회와 체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1880년대에 들어와 만연화된 화적은 지배층과 외세에 대한 강력한 위협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었고, 그 저변에 일정한 반봉건·반외세적인 지향을 담고 있었다. 화적들이 가지고 있는 무장력과 전투력·조직력은 다른 어느 계층보다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데다, 일반농민들이 토지에 묶여 있어 자유롭지 못한 반변 화적들은 그렇지 않아 활발한 활동이 가능했다.
Ⅶ. 나가며
17세기 후반 이후 우리나라의 봉건사회는 토대로부터 해체 과정을 밟으며, 그와 함께 새로운 사회의 싹이 성장하였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생산의 질적인 변화와 더불어 상품화폐경제가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하였다. 이에 따라 농촌사회의 계급 분화가 촉진되었다. 농민층 가운데 일부는 새로운 농업 경영을 통하여 부농층으로 성장하는 한편, 대다수의 농민은 빈농, 임노동자로 점차 몰락해 갔다. 이에 따라 신분제가 전면적으로 동요하고, 봉건적 부세제도의 모순도 심화되었다. 19세기에는 이렇게 생산력 발전과 계급 구성의 변화라는 토대의 변동에 조응한 봉건사회의 모순이 전면화되는 가운데 농민을 중심으로 하는 모순의 담지자들이 사회변혁을 위하여 전면적인 반봉건 항쟁을 전개하였다.
19세기 조선사회는 자본제적 생산관계가 생겨나고 확대되면서 사회의 기반을 이루던 봉건적 생산관계가 해체되어 가는 시기였다. 즉 19세기는 봉건제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사회 모순과 갈등이 격화되는 시기였다. 그러므로 사회를 구성하는 각 계급·계층들은 각자의 경제적 배경과 위치에 서서 봉건사회 모순에 대해 일정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러한 조건하에서 봉건적 사회 관계를 변혁하고자 하는 하층농민들의 반봉건 항쟁이 전개된 것이었다.
농민항쟁은 19세기 이전부터 봉건적 사회 모순이 첨예화되는 과정에서 매우 다양한 양태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항쟁 과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소극적 경제투쟁에서부터 폭력적 봉기에 이르기까지 농민들은 끊임없이 봉건지배체제에 반대하여 투쟁하였다. 이러한 반봉건 투쟁에서 소극적 투쟁에는 소작농민들이 소작료를 빼돌리거나 소작료의 납부를 거부하는 항조(抗租)투쟁이 있는가 하면, 봉건 관료들의 불법적 수탈을 폭로, 규탄하는 와언(訛言)·산호(山呼)·거화(擧火)·투서(投書)·정소(呈訴)운동이 전개되는 형태도 있었다. 또한 전호농민이 자기 몫을 늘리기 위해 가을걷이한 볏단을 미리 빼돌리는 행위는 봉건사회 전기간에 걸쳐 일상적으로 있었다. 이와 같은 소극적인 항쟁이 축적되면서 본격적인 농민항쟁은 19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불붙기 시작했다.
농민항쟁의 가장 발전된 형태는 농민봉기였다. 농민봉기는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무장한 농민군 부대가 편성되고 봉건권력의 타도와 사회 체제의 개혁을 지향하는 농민전쟁으로부터, 군현단위의 국지적 항쟁에만 머무르며 투쟁조직도 공동체적 제 관계에 의존한 국지적 농민항쟁인 민란, 봉건 착취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지향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양반층의 봉건권력을 획득하려는 지향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각종 정치적 변란, 그리고 전호농민들의 지대거납투쟁이 집단적 봉기로 발전한 것 등이 있었다. 이와 같은 농민봉기는 1800년에 안동, 1808년 북청과 단천, 1811년 곡산 등 19세기 초부터 각 군현을 단위로 계속 일어났다. 농민항쟁의 최고 형태로서 농민전쟁은 1811년 평안도 농민전쟁과 1894년 농민전쟁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특히 1811～12년에 전개된 평안도 농민전쟁은 바로 19세기 농민항쟁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우리나라 반봉건농민항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문헌
- 신용하(1985), 갑오농민전쟁시기의 농민집강소의 설치, 한국학보 41
- 오길보(1964), 1894-1895년 농민전쟁의 역사적 성격에 대하여, 역사과학
- 이영호(1991), 1894년 농민전쟁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변혁주체의 성장, 1894년 농민전쟁 연구 1,역사비평사
- 정창렬(1981), 동학과 농민전쟁, 한국사연구입문
- 정석종(1972), 홍경래난의 성격, 한국사연구 7집, 한국사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