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농민군의 신변보장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같은 타협조건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농민군 지도부는 농민군에 대한 신변보장과 폐정개혁을 거듭 요구하였다. 전라감사 김학진은 수습방안의 하나로 ‘집강안’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여 농민군의 무장해제와 귀가, 정부주도의 페정개혁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폐정개혁안의 관철과 농민군에 대한 신변보장을 강구하던 농민군 지도부로서는 김학진의 제안을 수용할 리 없었다. 도내의 안정과 치안질서를 조속히 바로잡으려는 김학진은 6월 7일 농민군의 무장해제와 귀가를 전제로 농민군들로 하여금 집강을 뽑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6월에 집강이 임명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지역사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며, 농민군 지도부에서 김학진의 제의를 받아들여 일괄적으로 집강을 임명토록 한 일은 없었다. 이같은 조건에서 농민군 지도부가 치안유지와 무기반남과 같은 김학진의 요구를 받아들이 수 없어 각지의 농민군은 도회를 열고 도소를 설치하면서 날로 세력을 확대하였다. 이에 따라 전라도는 무정부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6월 하순부터 남원에서 속속 모여든 농민군의 기세는 전반적으로 강력한 분위였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을 반전시킨 사건은 7월 6일 전봉준과 김학진사이의 전주회담이었다. 전주회담에서 대타협을 본 두 사람은 관민상화(官民相和)의 원칙에 따라 양쪽이 협력하여 도내의 안정과 치안질서를 바로잡기로 약속하고, 그 구체적이 실행방법으로서 군현단위로 집강소를 전면적으로 실치·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집강소의 주요한 기능은 무기관리와 부랑배단속 같은 치안유지였으며, 폐정개혁활동 역시 원칙적으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졌다. 집강소가 전명적으로 설치·운영됨에 따라 전라도는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한 행정체제와 전라좌우도소를 중심으로 한 집강소체제가 양립되있었다. 이 같은 이원체제가 지향하는 바는 도내의 치안질서를 유지하면서 합법적으로 페정을 개혁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양쪽이 서로 협조하는 체제였다. 집강소체제는 당시 농민군의 일반적인 정서와 투쟁의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기에 각지의 농민군은 전봉준이 주도하는 집강소체제를 부정하고 독자적인 봉건투쟁을 지향하는 추세였다. 전주화약기의 농민군 투쟁노선은 전봉준 주도의 타협적인 온건노선과 농민군 일반의 비타협적인 강경노선이 대립하는 형국이었다. 이와 같이 전봉준은 권력획득에는 성공하였지만, 밑으로부터 광범위하게 터져나오는 하층빈민들의 계급적 지향성을 담아내지 못함으로써 그의 운동노선은 이미 농민군 일반에게 설득력을 읽고 있었다.
Ⅶ. 나가며
농민전쟁은 1894년에 일어난 대규모의 민중혁명으로서 대내적으로는 봉건적 수탈에서 벗어나 참다운 농민해방을 추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외국세력의 침략에 항거하여 민족의 자주성을 수호하려는 민족주의 운동으로서 근대민족운동사의 본격적인 출발점이자 우리근대사에 커다란 전환기를 이루었던 혁명이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은 그동안 봉건가치를 고수하고 있는 보수세력들과 일제 식민사관에 젖은 인사들에 의해 외면되어 결국 “동학란”이라고 일컬어져 동학에 의하여 일어난 단순한 반란으로 규정하여 왔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학계와 운동세력에 의해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며 최근 농민을 주체로 하는 반봉건, 반침략의 민족운동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동학농민혁명으로 재평가 받게 되었다.
동학농민혁명의 전개과정을 보면 1, 2, 3 차 교조신원운동을 바탕으로 고부봉기를 일으켜 전주입성에 이르는 동학농민군의 전진적 승리의 단계인 제 1차기병과 전주화약을 통하여 동학농민군이 지방통치를 이루는 단계, 그리고 동학농민군이 재봉기하여 공주전투를 거치는 단계인 제 2차 기병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제 2차 기병은 국토를 강점하고 국권을 유린하려는 일제의 침략에 대항하여 우리민족의 자주적인 역량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민족의 자위를 위한 민중의 항전으로서 이는 우리역사상 최초의 민중운동인 동시에 우리 역사에 길이 빛날 민족사의 위대한 구국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정진상(1994), 1894년 농민전쟁의 성격과 지향, 역사비평 1호, 역사문제연구소
○ 정진각(1978), 동학농민전쟁의 성격, 한양대 석사학위논문
○ 한우근(2000), 동학농민봉기,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황선희(2002), 동학혁명인가, 농민전쟁인가, 동학학보3, 동학학회
○ 한국역사 연구회, 1894년 농민전쟁 연구, 역사비평사
○ 한우근(1983), 동학과 농민봉기, 일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