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 접근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특구 내부에서는 보다 급격한 경제개혁을 시험 운영하여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으며 특구 외 지역에서도 7.1조치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시장개혁의 첫 단계로 상품시장의 효율성을 단계적으로 제고하는 방안을 권하고 싶다. 이를 위해 7.1조치가 의도했던 목표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할 필요가 있다. 즉 국정가격을 지속적으로 조정하여 암시장 가격과의 괴리를 축소하고 이에 맞추어 임금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가격의 조정 주기를 품목에 따라 점차로 단축해 나가면 단계적인 가격 자율화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기업소의 자율성을 점차로 확대하는 후속조치도 필요하다. 기업소에 대한 정부의 할당 계획량을 점차 낮추어가면서 할당량 이외의 생산량은 자체 판매하여 그 수익을 각 기업소가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영기업소의 예산을 단계적으로 강성예산제약(hard-budgbet constraint)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있어 민영화는 급한 것이 아니며 그에 앞서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해 먼저 개인의 선택권을 넓혀 소비자가 기업소들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좋은 평을 받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소의 경영진과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좋은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공급이 충분해야 소비자 선택이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나 공급이 불충분한 경우에도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이 다르게 되면 이는 기업소에 충분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업소간 경쟁이 공정한 룰에 의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전력 및 원부자재의 우선적 배급 등 정부의 자의적인 조치에 의하여 각 기업소가 내어 놓는 상품의 질이 결정된다면 이는 시장경제가 지향하는 효율성을 창출해 낼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시장의 생성은 결국 생산요소 시장의 생성을 파생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보조금 폐지, 가격·무역·환율 자유화, 경쟁도입 및 민영화 등 시장경제화를 위한 부문별 세부 로드맵은 차후의 연구로 미룬다.
Ⅸ. 결론 및 요약
남북 경제관계의 개선과 북한의 개방정책은 상호 관련되어 있다. 북한의 개방정책은 남북 경제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남북 경제관계 개선은 북한의 개방정책 추진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남북한경제상황과 남북 경제교류협력 역시 일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남북 경제교류협력은 남북한경제상황이 악화될 때 정체되거나 침체되었다. 일반적으로 국가간 교역이 관련 국가의 경제상황이 악화될 때 침체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현재 남북 경제교류협력에서 경수로건설을 포함한 대북지원사업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그리고 북한무역에서 남북 교역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남북 경제교류협력은 북한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북한경제는 마이너스경제성장을 지속했으며, 1990년대 중반에는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였다. 1990년대 말 마이너스성장은 멈추었지만, 아직 북한경제가 완전한 회복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북한경제는 여전히 ‘빈곤의 늪’에 빠져있으며, 회복과 성장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자본 유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경제에게 개방은 여전히 시급한 경제정책이 아닐 수 없다. 북한경제는 그동안 경제침체에 대응하여,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개방·개혁정책을 펴왔다. 북한경제가 1990년대 말부터 보여준 경제체제의 정비와 개혁·개방정책의 준비는 2002년 7월 이후 본격적인 개혁·개방정책으로 연결되었다. 2002년 7월 이후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개방정책은 북한경제가 시장개혁을 향한 과도기에 들어섰으며 또한 자본주의세계경제에 들어오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 단계 북한경제정책의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남관계 및 대외관계 개선이 요구된다. 단기적으로는 물자 공급의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자본·기술의 유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북한은 남북관계 및 대외관계 개선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북한은 북·미 갈등으로 실질적인 대외관계 개선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체제의 변화에서도 분명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북한경제정책 변화는 아직까지 분명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내부 변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3년 초 북한당국은 재정수요를 확충하기 위해 인민생활공채의 발행을 결정하고, 개혁·개방의 정책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경제정책이 개혁·개방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 정부가 남북 경제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시켜 나간다면, 북한개혁·개방정책의 성공에 주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만일 대미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체제가 안정되면,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은 북한경제체제의 변화(아래로부터의 시장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반대로 북미관계가 악화되고 남북관계가 정체상태로 빠져든다면, 북한은 다시 개혁·개방정책의 실패를 겪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번의 실패가 마지막 실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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