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탐구」 (서울:대한기독교서회, 1992) pp.503-513 참조
오존층의 가속적인 파괴,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온난화, 산성비, 사막화 현상, 종의 격감과 인구급증, 자원 및 에너지원의 고갈 등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오늘날의 환경위기를 특징짓고 있는 여러 측면의 일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과 사회를 연구하는 한 사회학자는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국의 경우 환경오염의 심화는 1960년대 이후 국가에 의해 주도된 경제성장 정책 및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위한 대규모 산업 및 도시개발은 도처에서 자연환경을 회복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파괴.황폐화시키고 우리 주변의 생활환경을 대량생산-대량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들로 누적적으로 오염시킴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파괴했다. 특히 1970년대 초 중화학공업 입국선언 이후 경제성장의 필요에 따라 일본의 공해유발산업.사양산업이 한국에 대량으로 도입됨으로써 환경오염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문제로 눈 앞에 다가왔다. 이리하여 이제 우리는 상수도의 소질오염, 농산물의 농약오염 등 일상화된 환경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안면도의 핵 폐기장 건설, 낙동강의 페놀오염, 김포 쓰레기매립장 문제 등 하루에도 몇 건씩 대중매체를 통해 환경오염' 고발기사를 접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김중길, 환경문제와 환경운동 , 「오늘의 한국사회」(서울:나남, 1993) p.327
우리는 여기에서 오늘날 한국사회에 몰아닥친 기술과학의 파괴성과 환경(생태계)의 위기에서도 풍요와 행복, 소유와 소비, 발전과 진보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숨어있음을 깨닫는다. 따라서 향후 기술 및 생태계의 문제는 그 해결을 위해 전체조망적 가치의식을 지닌 시민, 곧 종교인들의 역할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태윤리적 전망
) 이정배, op.cit, p.1000, 양명수, 가이아 이론을 극복한 기독교 생태윤리 , 「목회외 신학」 1993.9.pp.65-76 참조
은 신음하고 있는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기를 고대한다 (롬 8:18-26)는 바울의 통찰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III. 요약 및 결론
우리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위기현실 상황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기술.환경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요약하자면 정치적으로는 아직 낙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권력정당성과 권력도덕성의 결핍으로 인한 편법주의적 가치관과 일탈적 가치관의 확산을 가져왔으며, 경제적으로는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제일주의 정책으로 인한 많은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공동체적 규범을 해체시키고 물질주의적 가치관의 만연으로 사치와 낭비풍조, 폭력성 범죄 등의 사회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적으로는 향락주의와 소비주의로 특징지워지는 천민적 자본주의의 문화현상과 가치상대주의적, 다원주의적 포스트모던적인 문화의 물결에 분명한 방향설정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환경적 측면에서도 자연의 훼손과 파괴로 인한 공해와 오염의 위기적 상황에 처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렇게 볼 때 오늘의 한국사회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국면을 맞고 있는, 그래서 불안과 긴장, 갈등과 불만이 팽배해 있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여진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 상황이 결국 도덕성의 부재 혹은 상실, 즉 가치관의 전도와 영적 위기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고찰한 분석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오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의 문제는 무엇일까? 사회학자 차재호의 가치관의 변화에 관한 연구에 위하면 50년대의 지배적인 가치는 돈, 권력, 지위였고, 60년대는 애국, 국가발전, 자립, 근면이었으나 70년대에는 개인주의 사상과 함께 사회정의, 평등, 인권, 사회복지에 있었는데, 80년대 와서는 부의 가치, 건강가치, 인생향락가치가 지배적이 되었다.
차재호, 가치관의 변화 ,한국사회의 변화와 문제,pp.404-424참조
특히 89년도 갤럽 서베이에 따르면 한국인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건강을, 다음으로 돈을 꼽고 있는데
) 한국갤럽조사연구소,「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1989),p.53
, 이것은 한국의 규범문화가 정신적, 영적인 것에서부터 육체적, 물질적인 것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종교사회학자 이원규는 이같은 정신적, 영적 토대 없는 육체, 물질에의 맹신은 사회적으로 볼 때 문화적 타락의 전형적인 양상이 아닌가 라고 심각하게 묻고 있다
) 이원규,「한국교회의 사회학적 이해」(성서연구사,1992)p.103
. 도덕성을 사회구성원들에게 연대감을 마련해 줌으로 사회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의 거룩한 힘이라고 보고, 따라서 한 사회에서 도덕성이 붕괴될 때 그 사회는 아노미(anomie), 혹은 사회해체(social discorahization)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사회학자 뒤르껭의 예언자적 전망은 한국사회에도 적용되는 경고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고통을 겪는 부적응은 고통의 객관적 원인들의 수와 심도에 있어서 증가되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덕성의 빈곤에 기인하는 것이다.
) Durkheim,Suicide,tr.by J.A.Spauding and G.Simpson(Glence, :Free Press,1951),pp.381-87,이원규,Ibid.,p197재인용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덕성을 정초할 수 있는 대안적 가치체계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와 같은 대안적 가치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정신적 힘이 우리 사회의 어디에 존재하는가? 우리는 이 절박한 물음 앞에 한국 기독교가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영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밖에 없다. 세상의 어둠과 부패에 맞서서 도래하는 하나님나라를 선취하고 그 희망을 증언해야 할 대안공동체로서의 기독교가, 이상적 가치가 몰락하고 도덕가치가 부재한 사회 속에서 대안적이면서 현실적합성을 가지는 가치체계를 제시해야 할 영적.정신적 책임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