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백조 처녀’의 한 형태로 보이는데, 만주족들이 특히 창조주로, 시조모신으로 여성 천모신을 섬기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천모 형태이지만, 티벳이나 몽고의 경우처럼 천부강림 화소와 성적 번식에 의한 논리는 함께 존재한다. 목욕하던 막내 불고륜에게 나타나 과일을 떨어뜨린 신작은 태양 속의 세발 까마귀와 같은 존재로 남성상징 이다. 신작은 몽고신화에서 태무진이 장인의 꿈에 매로 나타나는 것과 같이 남성시조의 천강 이미지인 것이다. 신작은 부계의 천강상징이면서 동시에, 그가 던져준 붉은 과일을 막내 불고륜이 받아먹었다는 사실로 남녀의 교섭을 비유하여 성적 생식론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이 신화는 천강한 선녀가 모계로 등장하지만 신작의 과일을 받아먹고 임신하는 구조체계로 볼 때, 천신강림형과 남녀결합 생식형이 조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모계인 세 선녀가 천강하는 존재로 나타난 것은 창세여신 아부카허허를 숭배하고 있는 만주족이 그만큼 모계의 속성을 중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천강하였다고 설명된 세 선녀가 백두산 연못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작의 주과를 받아 잉태하는 여인은 이 목욕화소로 인하여 물의 딸이 되고 있다. 만주족에게 창세여신으로, 시조모로 등장하고 있는 버드나무 여신은 물 그 자체의 상이거나 물의 딸이고, 여성의 상징이었다. 물의 속성을 가진 여인의 목욕, 신작으로 상징되는 천부의 강림과 결합, 그리고 시조의 출생이라는 3단계 서사는 사기 은의 본기에도 나타나, 은나라 민족이 동이족일 가능성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천부는 신작·이리·매·흰 빛·금색신인으로 모습을 달리하지만, 천강하여 여성원리를 담고 있는 여인들과 결합하여 시조를 번식하는 것이 기본구도이다. 이런 구조는 단군과 주몽 이야기에서도 확인된다.
단군신화
환인의 아들 환웅이 태백산에 내려왔다.곰이 여인으로 변하여 단군을 낳았다.
단군이 조선을 건국하고 신이 되었다.
주몽신화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내려왔다.하백의 딸 유화와 결연하여 임신시켰다. 그 아들 주몽이 나라를 세웠다. (단군기: 단군이 西河 하백의 딸과 결합하여 부루를 낳았다.)
단군신화에서 천상강림 하는 환웅은 환인은 서자이다. 티벳신화에서 천부육군의 일곱째 아들이 하강하고, 인도와 티벳에서 막내왕자가 갈등 끝에 티벳과 蒙古로 도망 왔다는 논리와 상통한다. 주목되는 것은, 천강한 환웅의 아들 단군이 주몽을 낳았다는 등 단군신화와 주몽신화의 가계를 착종하였다는 증거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서 확인된다는 사실이다. 주몽은 삼국유사(권1. 고구려 제1 ‘동명왕’)에 ‘단군의 아들’로 나타난다. 주몽의 부는 단군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해모수로 기록되기도 한다. 부여의 부루의 아비도 단군과 해모수로 나타난다. 또 해모수는 자신이 천신이기도, 천신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록의 착종은, 기록상의 착오나 역사의식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단군신화와 고구려 신화의 시조가계를 동일구조로 신화적 인식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환웅과 단군, 천제과 해모수가 동일시되기도 하고, 나아가 주몽과 해부루의 아비로 착종된 것은, 이들이 모두 태양을 상징하며 천부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구려와 부여의 신화체계가 모두 몽고·만주의 신화처럼, 부계를 하늘 혹은 태양상징에 두고, 모계를 물의 상징인 유화같은 존재에 두었다는 것만이 하나의 사실일 것이다. 환인의 아들 환웅은 태백산에 내려옴으로써 천상강림의 구조를 보인다. 그리고 곰녀를 만나 단군을 낳는다. 곰은 여성상징으로서 이는 최초의 인간 단군이 성적생식에 의해 생산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두 모티프의 결합으로 곰 여인은 하늘에 뿌리를 둔 부계를 껴안아 지상의 번식을 실현하는 존재이다. 주몽신화에서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천강하였을 때 하백의 딸 유화가 그를 맞아 주몽을 낳는 것과 기본구조는 동일하다. 이러한 상황은 고조선·고구려·부여가 모두 하늘에서 강림하는 천신의 아들과 물을 상징하는 여인과의 결합을 보여주는 신화소를 가지고 있었음을 증거한다. 만주족들도 기본적으로는 이와 같은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단군신화와 주몽탄생 신화는 천신의 아들이 내려와 왕손을 낳고 다시 승천한다는 점에서 티벳과 몽고 시조신화의 선대 부계와 상당히 닮아있다. 특히 환웅과 해모수가 직접 하강하는 모습은 티벳 신화에서 천부육군의 일곱째 아들이 하강하는 것과 상통한다. 그런데 몽고와 만주의 경우 부계가 하늘에서 천강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기 ‘이리’와 ‘현조가 물고 온 붉은 과일’로 직접적인 남성의 대유물로 등장하여 보다 남녀생식론을 반영하고 있다. 몽고의 후대 부계시조는 ‘금색신인’ ‘흰 빛’등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또 남성상징인 매(응)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몽고신화는 천신강림론과 남녀생식론을 복합적으로 함축하고 있다고 할 있다.
남성 부계와 짝을 이루는 시조모들은 어떤 모습을 갖는가. 단군신화와 티벳신화, 그리고 몽고의 초기 시조모 신화에서는 여성은 각기, 곰과 야크, 그리고 사슴으로 나타난다. 이런 동물들은 여성을 상징하되 직접적인 성의 대유물이 아니고, 먹거리나 생활의 필수요소로서의 생명성을 의미하였다. 그런데 몽고의 시조모들은 ‘방뇨한 흔적’등으로 여성 생식력을 직접 현시하면서, 풍요와 곡식의 여신으로 숭배되었다. 만주의 시조모가 창세여신과 함께 직접 여음 상징으로서 신격화되면서, 풍요의 여신으로 숭배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몽고 만주의 모계들이 보이는 서사구조는 이들이 남녀의 결합, 즉 성의 대유물로 신격화되었음을 잘 말해준다. 고구려의 유화는 이러한 만주 몽고의 여신들에 상응하는 존재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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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환 - 신동북아 질서의 제문제 선주, 장덕환 교수 정년기념 논문집 법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