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일에 양국간의 국교가 극적으로 정상화되었다. 12월 중순에는 한국의 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으로 모스코바를 방문하고 제 2 차 한.소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한·소관계는 각 분야에서 급속히 발전 하였다. 외교정책의 변화와 관련하여 한·소수교의 의의는 한국전쟁 이후 약 40년간 지속되어 온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호혜성의 원칙에 입각한 주권국가의 정상관계를 수립하는데 있다. 한·소수교를 계기로 양국 관계는 정상 궤도로 진입함은 물론 남북관계개선 및 한반도의 긴장완화 한국의 유엔가입 한·중 관계개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구축을 촉진하는 새로운 기류가 형성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우리 소련 외교에 점점 더 큰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으며 우리가 이바지 할 몫이 있다면 적극적이면서도 성실하게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이 말은 소련의 이고르알렉세비치 로가쵸프 외무차관의 말이다. 둘째로 소모적 대결과 불신으로 얼룩진 46년 분단사에 창조적 전환점이 될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이 북한의 동참으로 1991년 9월에 실현 되었다. 북한은 외무부 성명에서 난국을 타개 할 조치로 유엔가입을 택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수십 년째 자기 논리를 실질적으로 포기하면서 유엔가입을 결심한 것은 내외의 형편상 불가변한 것으로 풀이 되지만 북한도 바뀔 수 있다는 평범하면서도 매우 귀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은 우선 남북한 관계가 국제적 규범의 틀 안에서 평화 지향적으로 나아 갈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보편적 주권을 지닌 나라는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유엔 헌장의 정신에 따라 형식적이나마 이제 테러나 폭력, 비논리적 아집이 남북한 관계를 지배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한반도의 평화위기와 평화통일 전망도 그만큼 밝아진다고 할 수 있게 되었다. 남북한은 또 유엔 무대라는 상시적이고 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확보 할 수 있게 되었다. 남북은 간접적인「紳士協定」을 맺게 된 셈이다. 최근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북아 질서 재편과정에서 다소 소외 되어 왔던 남북한은 국제적 공식 입지를 확보함에 따라 이 과정에서 보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엔을 통한 상설 대화창구가 새로 확보되는 것을 최대한 활용, 국제사회에서의 남북협력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가급적 민족적인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남북이 상호지원과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유엔 무대에서의 상호 체제논쟁은 최대한 억제해 내부문제는 남북 당사 간 대화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는 동서독의 통일을 들 수 있다. 전후 동서냉전의 상징이었던 한국과 독일 2 개국 가운데 독일은 1990년 10월 3일 역사적인 동독흡수의 통일대업을 성취시켰다. 2차대전 후 세계최대사건으로 꼽히는 동독은 우리에게 선망과 교훈이 얽힌 뜨거운 통일정열을 불러일으키고 강한 통일의지를 표출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넷째로 미·소의 전략무기 감축협정의 조인과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정협정 표준문안에 가서명을 들 수 있다, 탈 냉전시대의 평화보장을 위한 신뢰구축의 방안으로서 가장 으뜸가는 것은 군비통제이다. 과거 세계를 동서로 분할 지배해 오던 미국과 소련은 세계적 차원에서의 군축작업인 전략무기 감축협상과 유럽에서 재래식 전력감축 협상을 1991년 7월 31일 소련에서 양국 정상이 조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소련은 보유 핵전력의 35%이상으로, 미국은 28%이상을 각각 감축하게 된다. 한편 아시아에 있어서 군축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지 않는 것은 이 지역의 군사전력이 과거 유럽에서처럼 단일경계선을 따라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적국과 우방국이 뒤섞어 있고 군사력도 지상병력과 해군력, 공군력 등이 복잡하게 현재의 추세로 미루어 볼 때에 어렵다는데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추세로 미루어 볼 때에 멀지 않은 장래에 미·소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군축논의가 본격화 될 것 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와 미·일·중·소등 주변 4강의 압력으로 북한은 결국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대신에 북한은 미·일 등 서방국과의 관계개선을 앞당기려고 할 것이다.
다섯째로 1948년의 정치적 분단이래 처음으로 남북한 당국 대표간의 공식회담인 쌍방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고위회담을 비롯하여, 제 11회 북경아시아 경기대회에서의 남북공동응원, 이에서 연유된「남북통일 축구」경기의 교환개최 평양에서의 범민족통일음악회, 서울에서의 1990송년 통일 음악회 등 위와 같은 나라 안팎의 통일관련 사상들은 분단 50년이라는 회고적 자성과 21세기를 향한 전망적 의지가 곁들어진 역사인식과 맞물려서 통일의 소용돌이를 증폭 심화시키는 상승작용을 하였다. 통일의 중·장기적 전망으로서 1990년대 중반부터 공존공영의 교류·협력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Ⅷ. 결론
남북한이 통일의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정부간 대화가 활성화되고 제도화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부간 대화의 활성화 및 제도화는 남북한이 통일의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전제조건이지 그 자체가 통일과정에 진입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 간 대화의 활성화 및 제도화가 양국의 국가적 통일을 촉진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남북한과의 관계는 외국과의 관계와 달라 대화의 활성화 및 제도화가 남북한 주민의 민족적 정서를 자극하여 통합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체제의 이질성과 국가이익의 모순 등 통합을 저해하는 많은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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