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파는 일의 노하우는 절대적이고 완벽하다고 믿게 된다. 여기서 자만의 어리석음이 생긴다.
시골의사는 겸손하다. 자신의 분석법은 완성되지 않은 진행형이라 말하고, 그나마도 완벽하지 않은 분석법이라 말한다.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보았지만 아직도 시장을 잘 모른다고 말하며, 자신의 방법을 좇아서 몇 억 벌어보라는 말은 처음부터 꺼내지도 않는다. 온갖 낭설과 억지 주장, 그리고 근거없는 자신감이 난무하는 주식시장에서 시골의사가 존경받는 분석가로 이름을 얻은 것은 아마도 이런 겸손함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시골의사에게 배운 것은 주식투자법이 아니라 바로 겸손함이다. 투자가는 시장 앞에서 겸손해야 하고, 사람은 삶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텔레비전 뉴스에 주가 현황판을 배경으로 고개를 떨구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춰질 때가 되었다. 그들은 코스피가 2000을 넘어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사람들이거나, 자신의 방법만 따라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고 침을 튀기던 사람들이거나, 스스로를 너무 믿은 나머지 주식에 올인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그들을 보면 신화 속의 파에톤이 떠오른다. 파에톤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마음 속에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그는 태양마차 모는 것을 멈췄을 것이다. 조금 더 겸손했더라면 아버지의 태양마차를 몰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파에톤을 자만에 빠지게 한 것은 욕심이었다. 나도 할 수 있으리란 욕심, 해내서 자신을 비웃었던 자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그것이다. 욕심이 자만을 부르고 자만이 파멸을 부르는 파에톤을 읽으며, 어수선한 이때를 견뎌야겠다.